'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 표지 (센시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31/뉴스1
'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은 인공지능(AI)을 도입한 뒤에도 기업의 경쟁력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 박준은 기술의 성능보다 조직의 실행 구조와 기업 고유의 자산을 축적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비슷한 AI 모델을 경쟁사도 사용할 수 있다면 도입 여부만으로 차별화하기 어렵다. 수십 년간 쌓은 고객 관계와 현장 노하우, 브랜드와 유통망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부터 살펴야 한다. 저자는 기존의 경쟁우위를 성벽을 둘러싼 '해자'에 비유하며 AI가 이를 강화할 수도, 우회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문제는 기술 투자와 실질적 성과 사이의 거리다. 직원의 업무 시간이 줄거나 AI 이용량이 늘어도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와 조직의 판단 능력이 함께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책은 이런 결과를 기술 실패만으로 해석하지 않고 전략 부재, 불분명한 책임, 데이터와 기존 시스템 사이의 마찰로 나눠 살핀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개념이 'AI 복리 엔진'이다. AI를 사용한 뒤 나온 판단과 실행 결과를 회사의 데이터와 업무 체계에 다시 넣어 다음 판단의 정확도를 높이는 구조를 뜻한다. 일회성으로 답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성과와 경험이 순환하는 '닫힌 루프'가 만들어져야 기업의 지식도 축적된다는 논리다.
어디에 자원을 투입할 것인지 결정하는 기준도 다룬다. 저자는 기업의 전략 자산을 '고유성'과 '증폭 가능성'으로 구분하는 4분면을 제시한다. 모든 부서에 같은 방식으로 AI를 공급하기보다 다른 기업이 쉽게 복제하지 못하는 역량을 찾아 토큰, 인력, 투자 여력을 집중하라고 설명한다.
전환을 방해하는 비용과 부채도 별도로 분석한다. 기술 도입의 겉으로 드러난 성과와 달리 보안·규제 대응, 레거시 시스템, 데이터 운영비, 책임 주체의 부재가 뒤늦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업무 단축 시간만을 성과 지표로 삼으면 이런 문제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은 SK텔레콤 부사장으로 AI 혁신과 사업화를 추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의 선택을 검토한다. 책은 AI 에이전트와 토큰 경제의 변화에서 출발해 경쟁우위 진단, 실행 구조 개편, 자원 배분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기술 유행을 따라가는 속도보다 조직 안에서 무엇이 남고 축적되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관점이다.
궁극적으로 경쟁은 같은 도구를 얼마나 많이 쓰느냐가 아니라 사용 결과를 얼마나 자기 기업의 역량으로 바꾸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 책의 주장이다. 저자는 AI가 만들어낸 결과를 외부 서비스에 소비하는 구조와 내부 판단을 정교하게 만드는 구조를 구분한다. 기업이 지켜야 할 자산을 먼저 확인해야 투자 방향도 결정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 AI로 더 성장하는 기업, 사라지는 기업/ 박준 지음/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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