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외곽 언덕의 다섯 식구…도시화 속 사라지는 일상 포착한 '저녁 구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1일, AM 06:02

'저녁 구름' 표지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30/뉴스1

'저녁 구름'은 1960년대 일본 도쿄 외곽으로 이사한 가족의 일상과 주변 풍경이 바뀌는 시간을 그린다. 쇼노 준조는 오우라 부부와 세 자녀의 생활을 13편의 느슨하게 이어진 이야기로 담았다.

오우라 가족은 자동차가 늘어나는 이전 거주지를 떠나 한적한 언덕에 집을 짓는다. 하지만 이사한 뒤에야 전철역이 멀고 바람이 세며 집 안에 지네까지 나타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처음에는 불편해 보였던 공간이 가족들의 반복되는 생활을 거치며 저마다의 기억이 쌓이는 장소로 바뀐다.

부부는 마당에 바람막이 나무를 심을 방법을 궁리하고 아이들은 계절에 따라 새로운 놀이를 찾는다. 역 앞에서 과일을 사 먹고 숲길에 이름을 붙이는 일도 소설의 장면이 된다. 감기 걸린 아이에게 특별한 차를 먹이면 다른 아이들까지 부러워하는 소소한 사건들이 가족의 시간을 채운다.

그 사이 언덕 주변에는 대규모 주택단지가 들어서기 시작한다. 불도저의 소리와 쓰러진 나무가 일상을 가로지르고, 한적한 집의 주변 풍경은 조금씩 달라진다. 개발은 사건의 전면에 나서기보다 가족이 매일 보던 풍경의 변화로 나타난다.

작품은 1964년 9월부터 1965년 1월까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연재됐다. 1964년 도쿄 올림픽이 열린 고도성장기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가 배경에 놓여 있다. 소설의 무대인 다마 구릉은 이후 대규모 신도시 개발이 진행된 지역으로, 개인의 거주 공간과 도시계획이 만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가족의 생활에는 전쟁을 겪은 세대의 기억도 남아 있다. 오우라는 해군 예비학생대 시절 쓴 편지를 떠올리고 아내는 벼락이 떨어진 날을 공습 경험과 비교한다. 전쟁 이후의 평온한 시간이 당연하게 주어진 상태는 아니라는 감각이 일상 묘사의 이면에 흐른다.

쇼노 준조는 전후 일본 문학에서 '제3의 신인'으로 분류되는 작가다. 초기에는 부부의 심리적 갈등을 주로 다뤘고 중기 이후 가족의 생활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작품 세계를 발전시켰다. 이번 책은 오하나의 번역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작품이며 대산세계문학총서 201번으로 나왔다.

연결된 13편은 큰 사건을 중심으로 하나의 갈등을 해결하는 구조와 거리를 둔다. 어제와 비슷해 보이던 날에도 아이들은 자라고 풍경은 바뀌며 익숙한 순간은 기억으로 남는다. 도시의 성장과 가족의 변화를 함께 보여주면서 평범한 하루가 시간이 지난 뒤 무엇으로 남는지 묻는다.

△ 저녁 구름/ 쇼노 준조 지음/ 오하나 옮김/ 27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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