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이들…황선만 소설에 드러난 삶의 민낯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1일, AM 06:02

'어쩌면 사소한 진실' 표지 (마이디어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30/뉴스1

'어쩌면 사소한 진실'은 새로운 삶을 기대하며 지방 소도시에 도착한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다. 황선만은 아홉 편의 단편을 통해 도시 밖으로 이동한다고 인간관계와 생계의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지는 않는 현실을 살핀다.

소설 속 귀향과 이주는 모두 같은 이유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고향에서 사업을 시작하고 다른 사람은 도시에서 입은 상처를 피하려 한다. 새로운 생활을 기대했던 인물들은 지역의 친숙한 관계와 그 안에 자리한 이해관계에 부딪힌다.

'그러나 아무 말이 없었다'의 보형은 고향으로 내려와 영어학원을 운영한다. '천연기념물'의 대근은 인권단체에서 일하다 몸과 마음이 지친 뒤 돌아온다. 각자의 선택은 평온한 곳으로 향하는 이동처럼 보이지만, 도착한 지역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과 관계가 기다린다.

'너희들의 세상'에서는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낀 인수가 지방의 시장에서 장사를 시작한다. 시장 상인들이 맺는 협력과 경쟁의 관계에는 생계를 지키려는 욕망이 드러난다. 서로 돕는 일이 언제든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인물들의 일상에 녹아 있다.

'바람에 나부끼는'에는 유명한 논객으로 활동하다 전원생활을 택한 김 교수가 등장한다. 공적으로 내세웠던 정치적 신념도 개인의 작은 이익 앞에서 흔들릴 수 있다. '빈틈'의 동수는 노인이 많은 지역의 조건을 이용해 자신의 사업 기회를 찾으며 지역사회의 현실에 또 다른 얼굴을 더한다.

반대로 대근처럼 주변 인물들의 세속적인 행동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황선만은 어떤 인물이 더 올바르다고 단정하지 않고 서로 다른 태도를 한 공간에 배치한다. 낭만적으로 상상한 지방 생활과 실제 생활 사이에 놓인 간격이 각 단편을 움직인다.

작가는 충남 보령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뒤 서울에서 소년공으로 일했고 서른 무렵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방 소도시를 주요 무대로 삼는 작품의 배경에는 그가 겪은 이동과 노동의 시간이 놓여 있다. 개인의 경험을 토대로 익숙한 풍경에서 잘 드러나지 않는 인간의 욕망을 살핀다.

소설집에는 '어떤 예술가', '휘파람 지나간 자리', '꿀알바', '숨 좀 쉬자' 등도 포함됐다. 독자가 마주하는 것은 낭만적인 시골의 대체 풍경이 아니라 먹고사는 문제를 둘러싼 다층적인 관계다. 공간을 바꾸어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습관과 선택을 보여준다.

△ 어쩌면 사소한 진실/ 황선만 지음/ 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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