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어머니와 자폐 아들을 돌본 아버지…전경철이 남긴 마지막 기록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1일, AM 06:02

'안녕, 엄니' 표지 (이야기장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0.30/뉴스1

'안녕, 엄니'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중증 자폐가 있는 아들을 돌보며 기록을 남긴 고 전경철의 유고집이다. 저자는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삶을 대신 써 내려가고, 아들이 홀로 살아갈 공동체를 찾았던 마지막 시간을 남겼다.

한 집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돌봄이 필요한 두 사람을 책임져야 했던 일상이 책의 배경이다. 어머니는 기억과 생활의 감각을 조금씩 잃어갔고, 아들은 지속적인 보호가 필요한 상태였다. 아버지이자 아들로 살아간 전경철은 낮에 가족을 돌보고 밤에 글을 쓰며 지나가는 시간을 기록했다.

1부 '어머니의 날들'은 어머니 김건순의 시점에서 그의 삶을 되살린다. 종가의 며느리로 살아간 시절과 한복 가게를 꾸렸던 시간, 노년에 방송 프로그램 패널로 활동한 모습까지 담았다. 치매를 앓는 노인이라는 현재의 모습이 아니라 한 사람이 겪어 온 일생을 기록하려는 작업이었다.

어머니는 익숙한 찜질방을 찾아 나섰다가 길을 잃고, 집에서 요리하거나 물건을 사들이는 행동을 계속했다. 아들은 안전을 위해 이를 말려야 했지만 어머니가 스스로 삶을 운영하려는 마음도 이해해야 했다. 보호와 존중 사이의 갈등이 돌봄의 구체적인 장면으로 나타난다.

2부 '피터팬 아빠의 마지막날들'은 앞선 책 '안녕, 피터팬' 이후의 기록을 모았다. 전경철은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을 찾아다니며 아들이 머물 곳을 알아봤으나 여러 번 거절을 겪었다. 방송과 책을 통해 사연이 알려진 뒤 시민들의 도움으로 아들이 살아갈 공동체 보금자리를 찾았다.

그의 관심은 자신의 아들을 위한 거처를 마련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중증장애인이 존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 마을 '네버랜드'를 구상했다. 이를 위한 피터팬재단 설립과 기업 후원 요청, 사회공헌 사업의 가능성을 살피는 과정이 마지막 원고에 남아 있다.

저자는 말기 간암 진단을 받은 상황에서 이러한 활동을 이어가다 지난 9월 5일 세상을 떠났다. 유고집은 10월 23일 사십구재에 맞춰 출간됐다. 앞선 사연이 MBC '실화탐사대'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소개된 뒤 알려지지 않았던 어머니의 이야기도 이번 책에 담겼다.

책은 한 가족의 사적인 간병 기록인 동시에 부모의 돌봄에 기대 살아가는 장애인이 이후 어떤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 묻는다. 어머니의 기억을 대신 보존하는 일과 아들의 미래 거처를 찾는 일은 모두 한 사람이 사라진 뒤의 시간을 준비하는 행동이었다. 전경철이 마지막까지 남기려 한 질문은 가족의 헌신만으로 돌봄을 감당해야 하는 현실에 닿아 있다.

△ 안녕, 엄니/ 전경철 지음/ 37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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