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정보그림 (네오픽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정보그림 (네오픽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표지 (네오픽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복권 당첨과 동시에 대지진을 겪은 65세 여성 혜령의 생존을 따라간다. 조선희는 무너진 서울의 일상과 뒤바뀐 시간 속에서 삶을 다시 꾸리는 과정을 그린다.
평생 남의 일을 돌보며 살아온 혜령은 처음 구입한 복권이 1등에 당첨된 날 모든 것을 잃는다. 통신과 전기가 끊기고 가족과 이웃이 사라진 도시에서 당첨 복권은 아무 쓸모가 없다.
홀로 남은 혜령은 은평구 봉산 전망대의 미완공 화장실에 거처를 정한다. 마트의 물자와 약수터의 물, 직접 기른 작물로 생활을 이어가면서 생존의 기준을 바꿔 나간다.
계절이 거듭되고 17번째 가을이 다가오자 재난의 비밀도 조금씩 드러난다. 낯선 생존자들과 만나는 혜령은 육체의 변화와 기억, 사랑이 남긴 의미를 함께 마주한다.
◇ 서울의 폐허에서 다시 시작하는 생활
이야기의 공간은 서울 은평구 봉산과 백련산, 응암동 일대다. 산책길과 사찰, 동네 마트는 식량과 거처를 찾아 움직이는 생존자의 동선으로 바뀐다.
혜령에게 필요한 것은 무기보다 하루를 꾸릴 재료다. 식량과 공구를 챙기고 버섯을 캐며 다음 계절에 먹을 작물을 심는 일이 생존의 중심을 차지한다.
사찰 장독대에서 찾아낸 묵은지는 재난 이후에도 이어지는 생활의 기억을 보여준다. 요가 매트와 포장용 완충재로 추위를 막는 과정에도 평생 축적한 살림 경험이 작동한다.
도시는 폐허가 됐지만 자연은 멈추지 않는다. 불빛이 사라진 밤하늘에 오로라가 나타나고 몸집이 커진 곤충들이 등장하면서 일상의 회복과 새로운 위험이 교차한다.
◇ 17번째 가을에 나타나는 몸과 시간의 변화
거처를 마련하고 계절을 버텨낸 뒤에도 혜령이 사는 세계는 예전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빠진 치아가 다시 자라고 감각은 달라지는 등 설명하기 어려운 변화가 몸에서 시작된다.
시간은 흐르는데 노화의 양상은 익숙한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기묘한 낮의 길이와 밤하늘의 오로라는 혜령이 갇힌 세계에 다른 조건이 작용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변화는 홀로 사는 이야기에서 인간의 정체성을 묻는 이야기로 서사의 범위를 넓힌다. 몸이 달라지더라도 오래된 기억과 그리움은 이전의 삶과 연결돼 있다.
캠핑카에서 살아가는 노바와 물건을 모으는 안섭·윤주, 영락 등 다른 생존자도 등장한다. 서로 다른 욕망과 태도를 가진 이들은 재난 이후에도 인간관계의 갈등이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재난 뒤에도 남는 돌봄과 사랑의 기억
혜령은 가족의 책임과 의무에서 벗어난 뒤에야 하루를 스스로 선택한다. 그러나 누구의 요구도 없는 자유가 곧 고독의 고통을 없애지는 않는다.
딸 이레를 향한 마음은 파괴 이전의 세계를 붙드는 기억이다. 혜령이 새로운 관계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가족을 돌봤던 경험이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작품에는 다른 생존자와 음식과 술을 나누고 보드게임을 즐기는 저녁이 나온다. 거대한 사건 사이에 놓인 식탁의 장면은 함께 살아간다는 일이 무엇인지 묻게 한다.
한국판타지문학상 대상을 받은 조선희는 대재난의 중심에 젊은 영웅이 아닌 노년 여성을 세웠다. 살아남은 뒤에도 하루를 살아갈 이유를 찾는 인물의 선택이 결말까지 이어지는 질문이다.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조선희 지음/ 280쪽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