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6년 11월 13일 BBC 날씨 방송. (출처: 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936년 11월 2일 오후 3시, 영국 런던 북부의 알렉산드라 팰리스 스튜디오에서 인류 미디어 역사를 뒤바꾼 신호가 허공을 갈랐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세계 최초로 고화질 정규 텔레비전 방송의 시작을 공식 선언한 순간이었다.
라디오의 음성에만 의존하던 대중 앞에 마침내 움직이는 영상과 소리가 동시에 펼쳐졌다. 당시 수신기를 가진 사람은 런던 일대의 수백 명에 불과했으나, 인류가 새로운 시각 정보의 시대로 발을 들여놓았음을 알리는 거대한 신호탄이었다.
개국 첫 방송의 포문은 체신부 장관 트라이언 소령의 축사로 열렸다. 이어 음악 공연과 버라이어티 쇼, 다큐멘터리 성격의 단편 영상이 차례로 전파를 탔다. 개국 초기는 존 로지 베어드가 개발한 240선 기계식 주사 방식과 마르코니-EMI가 내놓은 405선 전자식 주사 방식이 치열하게 맞붙은 시험 무대이기도 했다. 이는 현대 텔레비전 기술의 굳건한 뼈대가 되었다.
영상 송출 실험 자체는 미국과 독일 등에서도 산발적으로 이어져 왔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에서 일정한 주기로 편성표를 짜고 대중을 상대로 안정적인 고화질 공공 서비스를 제공한 것은 BBC가 최초였다. 당시 수상기 가격은 고급 승용차 한 대 값에 맞먹을 만큼 비쌌지만, 텔레비전은 곧 문화를 전달하는 대중의 공론장으로 급속히 부상했다.
시련도 있었다. 방송 시작 3년 만인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파가 독일 폭격기의 유도 신호로 쓰일 것을 우려한 영국 정부는 송출을 전면 중단했다. 전쟁의 암운 속에서 침묵하던 화면은 1946년에야 비로소 다시 켜졌다. 이후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대관식 생중계를 계기로 텔레비전은 폭발적인 대중화를 맞이하며 영국을 넘어 전 세계 거실을 장악했다.
오늘날 미디어 환경은 유튜브와 OTT 등 디지털 네트워크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거실의 수상기 앞을 벗어나 손안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영상을 소비하는 시대가 열렸지만, 영상으로 세상을 연결하려 했던 시도는 모두 1936년 알렉산드라 팰리스의 송신탑에서 싹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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