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일기' 시리즈 세 번째 책…17명이 쓴 슬픔과 일상의 기록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06:26

'슬픔을 방어하기엔 방어가 최고' 표지 (타이피스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슬픔을 방어하기엔 방어가 최고'는 열일곱 명의 필자가 저마다의 가을을 써 내려간 '계절일기' 시리즈 세 번째 책이다. 누군가를 떠나보낸 뒤 사진을 정리하고 오래된 물건을 살피는 장면에서 시작해 슬픔을 지우지 않은 채 일상을 이어가는 여러 방법을 기록한다. 공통 주제는 가을이지만 필자들이 그 계절에서 만나는 감정은 하나로 수렴하지 않는다.

책의 필자들은 그 양면을 사랑과 이별, 기억과 상실에 연결한다. 한 사람에게는 사라진 집의 풍경이, 다른 사람에게는 함께 지낸 고양이의 사진이 지나간 시간을 다시 불러낸다. 추운 바람과 짧아지는 낮, 오랫동안 보관한 사진과 다시 떠오르는 이름이 각각 기억의 출발점이 된다.

'폴더명 [남의 집 고양이 컬렉션]'에서는 다른 집으로 간 고양이들의 사진을 별도 폴더로 옮기는 일이 등장한다. 파일을 옮기는 단순한 행동이 함께 살던 존재와의 관계가 달라졌음을 인정하는 과정이 된다. 사진 속 고양이의 모습은 그대로지만 그 사진을 보관하는 사람의 생활과 감정은 이미 이전과 달라졌다.

어떤 필자는 가을야구와 프로배구를 기다리고, 다른 필자는 자몽청을 만들거나 레코드판을 듣고 산책한다. 자몽 한 알의 쓴맛을 없애려고 과육을 오래 손질하는 일처럼 구체적이고 작은 행동이 하루를 지탱한다. 자몽을 손질하거나 음악을 듣는 시간에는 손과 귀에 집중하면서 다른 생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경험이 놓여 있다.

목차에는 '가을은 심장의 최댓값', '모두 지나간 뒤에야', '가을의 쓸모', '2학기의 캠퍼스는 차갑다', '고요가 머무는 10월의 서재' 등 글이 놓였다. 운동경기와 캠퍼스, 책장과 편지, 가족과 동물 등 서로 다른 소재들이 가을을 건너는 감각으로 연결된다. 학기 중 캠퍼스의 차가운 공기를 느끼는 사람과 서재에 머무는 사람에게 가을의 풍경은 다를 수밖에 없다.

당시에 미처 보지 못했던 마음이 뒤늦게 떠오르기도 하고, 오래된 사물의 모습이 예전보다 선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기억을 돌아본다는 것은 그때의 선택을 후회하거나 과거를 아름답게 꾸미는 일만은 아니다. 필자들은 변해버린 관계를 이전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과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적는다.

성동혁을 비롯한 열일곱 필자의 글에는 시인과 작가 등 서로 다른 목소리가 참여했다. 열일곱 명이 한 권에 참여했다는 사실은 의견을 하나로 맞추지 않는 편집 방식과도 연결된다. 시와 산문을 쓰는 사람들의 문체와 경험이 달라 어떤 글은 소소한 일상에 머물고 다른 글은 떠나간 대상을 길게 돌아본다.

슬픔이 삶의 전부를 차지하지 않도록 먹고 걷고 사람을 만나는 일을 계속하는 태도에 가깝다. 기억을 지우지 않으면서 새로운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 상실 이후에도 사랑과 기쁨의 감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여러 편의 일기가 보여준다. 무엇을 완벽하게 방어해야 한다는 명령보다 오늘 할 수 있는 행동을 통해 내일로 넘어가는 과정이 나타난다.

△ 슬픔을 방어하기엔 방어가 최고/ 성동혁 외 16명 지음/ 248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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