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이라 외면했던 사랑…돌아보니 일상 모든 순간에 있었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06:20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극장 보노마루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우리가 사랑을 쓰던 날'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2026.10.30 © 뉴스1 김영운 기자

"난 수많은 사람을 만났었지만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어 사랑은 다 거짓말이야." 송시연은 숱한 사랑 노래를 만들어온 실력파 드라마 OST 음악감독이지만, 정작 사랑은 믿지 않는다. 가족을 등진 아버지와 그 상처로 딸을 따뜻하게 보듬지 못했던 어머니의 기억 탓에, 시연의 가슴 한구석은 늘 황량하게 비어 있었다.

지난달 30일 프레스콜에 이어 31일 경기 안산시 안산보노마루 무대에 오른 뮤지컬 '우리가 사랑을 쓰던 날'은, 어머니의 죽음 이후 슬픔마저 잊은 채 일에 매달리던 시연이 제주에서 사랑의 온기를 마주하는 여정을 그린다.

이야기는 카세트테이프에 담겨 날아든 강현우의 공모전 곡 '우리가 별이라면'에서 시작된다. 시연은 노래 가사에서 어머니 김해인의 유품 편지와 똑같은 문장을 발견하고 홀린 듯 제주 애월로 향한다. 그곳에서 만난 청년 현우는 시력을 잃어가는 어머니 미숙의 곁을 지키며 노래를 만들고 있었다. 이후 시연은 어머니의 첫사랑 나윤석이 운영하는 카페에서 노래와 편지에 얽힌 사연을 접한다.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극장 보노마루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우리가 사랑을 쓰던 날'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민채원, 문시연, 권홍석. 2026.10.30 © 뉴스1 김영운 기자

이 작품은 외면해온 기억을 마주하는 일의 가치를 담담히 전한다. 시연은 버려질까 두려워 먼저 사람들을 피했고, 윤석은 상처를 홀로 짊어지려다 진실을 숨긴 채 해인에게서 도망쳤다. 두 사람은 대화를 통해 그동안 피해 왔던 아픈 기억을 직시하며, 단단히 걸어 잠갔던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 열어간다.

특히 극 후반부 "또 다른 계절이 오면/ 잊은 줄 알았던 순간이 찾아와/ 모든 순간에/ 사랑이 있어"라고 노래하는 시연의 목소리는 사랑을 냉소하던 그의 내면이 서서히 온기로 채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잔잔한 서사에 힘을 실었다. 타이틀 롤 송시연 역의 문시연은 청아한 음색으로 인물의 닫힌 내면을 설득력 있게 풀어냈다. 극 초반 고음에서 약간의 흔들림은 엿보였으나, 극이 전개될수록 감정을 실은 고음을 안정적으로 소화하며 인물의 변화를 섬세하게 그려냈다. 강현우 역의 김영우는 어머니를 지극히 아끼는 순박한 청년의 모습을 다정한 연기로 표현해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강현우의 어머니 임미숙 역을 맡은 민채원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시력을 잃어가면서도 유쾌함을 잃지 않는 미숙을 연기한 그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다. 아들과 아웅다웅하다가도 깊은 모자지간의 정을 보여주고, 풍성한 성량으로 '드라마를 향한 찬가'를 부르며 극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작가 겸 예술감독인 이환은 "'사랑을 하고도 왜 서로의 마음을 뒤늦게 알아차릴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며 "관객들에게 사람은 떠나도 그 사람에게 받은 사랑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의 창작 의도처럼, 작품은 곁에 머무는 소박한 일상의 순간들이 곧 사랑임을 일깨운다.

30일 경기 안산시 상록구 소극장 보노마루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우리가 사랑을 쓰던 날' 프레스콜에서 배우들이 열연을 펼치고 있다. 왼쪽부터 민채원, 김영우.2026.10.30 © 뉴스1 김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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