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적인 유년에서 삶의 열망까지…테제르 외즐뤼 첫 장편 '유년의 추운 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06:34

'유년의 추운 밤' 표지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유년의 추운 밤'은 튀르키예 작가 테제르 외즐뤼가 어린 시절의 억압과 성장기의 고통을 생각나는 순서대로 풀어낸 자전적 소설이다. 1980년에 발표한 작가의 첫 장편이 이난아의 번역으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6번에 실렸다. 작품의 짧고 날카로운 장면들은 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로 말하려는 노력을 드러낸다.

엄격한 아버지는 집에서도 군대식 규율을 강요하고, 가족 안에서 오빠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공간을 누린다. 수녀가 운영하는 학교 역시 화자에게 따뜻한 성장의 장소라기보다 자신을 억누르는 제도처럼 다가온다. 화자가 감각하는 추위는 날씨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생활과 억압에 관한 기억이기도 하다.

현재에서 과거로, 다시 다른 기억으로 이동하는 구성은 경험을 하나의 원인과 결과로 정리하기 어려운 화자의 내면과 맞닿는다. 어떤 장면은 앞의 사건을 설명하지 않은 채 갑자기 나타나고 다른 장면은 지금의 느낌을 통해 과거를 불러낸다. 소설은 완벽한 회고담이 아니라 그때 자신이 받았던 충격과 기쁨을 다시 감각하는 기록에 가깝다.

학교와 가정의 통제 속에서 원하는 책을 읽고 스스로 생활을 결정하고 싶다는 바람이 커진다. 학교에서 정해진 답을 배우는 시간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탐색하는 시간은 화자에게 다른 의미를 갖는다. 가족의 보호와 통제가 겹쳐 있는 환경에서 독립적으로 살고 싶다는 욕망은 더욱 뚜렷해진다.

불안과 죽음에 관한 생각은 격렬하고 단속적인 문장으로 나타나며, 독자는 고통이 일정한 순서대로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감정이 아님을 마주한다. 외즐뤼는 이런 경험을 객관적 진단의 사례로만 제시하지 않고 한 사람이 세상을 느끼는 방식 속에 놓는다. 병원에서의 경험을 다루는 문장에는 고통을 정돈된 서사로 만드는 것을 거부하는 태도가 나타난다.

목차는 '학교 그리고 학교 가는 길', '레오 페레의 콘서트', '다시 지중해'의 세 부분으로 이어진다. 도시의 답답한 골목과 학교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공연과 여행의 장면을 지나 지중해로 향한다. 소설은 자유를 특정한 장소에 도착하는 결과로 제시하기보다 계속해서 선택하고 느끼는 과정으로 다룬다.

이번 한국어판에는 작품 해설과 작가 연보가 실려 작가의 생애와 작품이 놓인 역사적 배경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자전적 요소를 문학으로 옮겼다는 사실은 작품 속 화자의 모든 행동을 작가의 실제 기록과 일치시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작가 연보와 해설은 튀르키예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도록 돕지만 화자의 개별 경험을 단일한 시대 설명으로 환원하지 않는다.

억압을 기억하는 화자는 동시에 바다와 시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에서 삶의 감각을 발견한다. 유년의 추위를 지나면서도 자신이 어떻게 살아갈지를 계속 선택하려는 목소리가 작품을 이끈다. 외즐뤼의 작품은 절망을 말하는 목소리 속에서도 살아가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려는 욕망을 찾아간다.

△ 유년의 추운 밤/ 테제르 외즐뤼 지음/ 이난아 옮김/ 108쪽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