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쫀쿠에서 가챠숍까지…230만 가맹점 결제로 본 소비의 변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06:32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 표지 (오리지널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은 오프라인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빠르게 바뀌는 유행의 배경을 분석한다. 이재흔과 한국신용데이터는 230만 곳이 넘는 오프라인 가맹점 자료를 토대로 사람들이 어떤 음식과 공간, 경험에 시간과 지출을 집중하는지 살펴본다. 다만 거래액이 곧 구매 이유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한때 인기를 끌던 탕후루 매장이 포토부스를 거쳐 가챠숍으로 바뀌고, 디저트 유행도 빠르게 이동한다. 구하기 어렵거나 잠깐만 경험할 수 있는 대상이 사람을 움직이고, 온라인에서 볼 수 없는 감각을 얻으려 직접 찾아가는 행동이 늘어나는 이유를 추적한다. 온라인에서 사진을 보는 데서 멈추지 않고 직접 먹거나 만져보는 경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책의 첫 부분은 소비자의 행동을 희소성, 감각, 연결, 경험이라는 네 가지 코드로 정리한다. 식감이 독특한 디저트와 촉감을 즐기는 작은 장난감, 야외에서 바람을 느끼며 먹는 음식은 서로 다른 상품이지만 몸으로 경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매를 위한 클릭이 쉬워질수록 직접 찾아가야 얻을 수 있는 감각의 역할이 커진다는 진단이다.

오랜 소속감보다 특정 활동과 취향을 나누는 짧은 만남이 생기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공간을 중심으로 모인다. 저자는 이런 '소셜링'과 느슨한 취향 공동체를 살펴보며 연결의 의미가 달라졌다고 설명한다. 팝업 행사와 백화점도 단순한 판매 장소를 넘어 한정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읽는다.

서울의 동네별 소비 변화는 익선동과 을지로, 성수동, 도산공원 일대의 흐름으로 살펴본다. 하천변 산책로와 그 주변의 가게를 찾는 움직임에서는 개별 매장보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공간 자체에 대한 선호가 나타난다고 분석한다. 익숙한 지역이 새롭게 주목받는 과정에는 오래된 거리의 모습과 새로운 가게의 결합이 있다.

로컬 소비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지역 축제가 팝업 형태로 변하는 사례를, 일상 소비를 다루는 부분에서는 웰니스와 외식, 관광을 살핀다. 금요일 밤 음주 중심의 여가에서 벗어나는 생활 방식과 회복을 중시하는 소비, 카페와 배달 시장의 변화가 각각 제시된다. 외국인이 한국의 유명 관광지뿐 아니라 현지인의 일상 공간을 찾는 움직임도 분석 대상이다.

데이터의 규모는 분석의 중요한 출발점이지만 숫자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저자는 결제가 일어난 장소와 시기, 업종의 흐름을 살피면서 그 배경에 있는 욕망과 취향을 함께 해석한다. 유행을 이야기할 때 특정 업종 하나의 성장에만 주목하면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는 수요를 놓치기 쉽다.

온라인에서는 손쉽게 물건을 주문할 수 있어도 사람들은 직접 시간을 들여 가게와 거리를 찾는다. 책이 던지는 질문은 다음 유행의 이름을 맞히는 일을 넘어 그 수고를 감수할 만큼 중요한 경험이 무엇인지에 있다. 상점의 흥망성쇠는 상품의 품질뿐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생활 방식이 바뀌는 흐름과도 관련된다.

△ 우리가 카드를 긁는 곳/ 이재흔·한국신용데이터 지음/ 256쪽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