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llation view. Dahoon Nam_The Real Real, BB&M, Seoul, 2026 (BB&M 제공)
미술관에 전시된 값비싼 예술 명작을 포켓몬 카드나 버려진 자동차 부품 같은 흔한 물건으로 엉뚱하게 흉내 내며 진짜 예술의 가치를 되묻는 파격적인 전시가 마련됐다.
서울의 갤러리 BB&M에서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유쾌하게 비튼 남다현 작가의 첫 개인전 '더 리얼 리얼'(The Real Real)이 열린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데이미언 허스트, 알렉산더 칼더, 알베르토 자코메티처럼 교과서에서 보던 거장들의 대표작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낯설다. 원작의 형태를 정밀하게 재현하면서도, 정작 쓰인 재료는 우리 일상에서 쉽게 굴러다니는 잡동사니이기 때문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나비 연작을 재해석한 작품이다. 나비 날개의 색감과 배치는 원작과 판박이지만, 진짜 박제 나비가 놓여야 할 자리에는 번쩍이는 홀로그램 포켓몬 카드가 꽂혀 있다. 어린 시절 살아 있는 곤충을 채집하던 놀이가 오늘날 수집용 캐릭터 카드로 바뀐 세태를 꼬집은 셈이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찍어낸 종이 카드 한 장이 희소하다는 이유로 수백만 원에 팔리는 모습은, 천문학적인 가격표가 붙는 현대미술 시장의 소비 행태와 그대로 닮아 있다.
천장에 매달린 칼더의 움직이는 조각(모빌)과 자코메티의 늘씬한 조각상 역시 원작의 금속이나 청동 대신 낡은 자동차 부품, 알루미늄 캔, 택배 상자로 조립됐다. 대량 생산되었다가 쓰임을 다하고 버려진 산업 폐기물들이 미술사적 걸작의 형상을 빌려 예술품 행세를 하는 모습은, 끝없이 사고 버리는 대량 소비 사회의 민낯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전시 제목은 명품 중고 거래 플랫폼의 이름에서 따왔다. '진짜'(Real)라는 낱말을 두 번 거듭 쓰면서, 오늘날 시장과 자본이 떠받드는 '진짜 가치'란 과연 무엇인지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acenes@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