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종반정과 기묘사화가 갈라놓은 자매의 운명…연산군 시대배경 역사소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10:18

'두 개의 달' 표지 (인문공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두 개의 달'은 연산군 시대부터 중종반정과 기묘사화로 이어지는 조선을 배경으로 헤어진 두 자매가 각자의 삶을 찾아가는 역사소설이다. 셀린은 도공으로 자란 은비와 사대부 집안에서 성장한 진영을 나란히 놓고 신분과 관습이 개인의 선택을 얼마나 제한하는지 묻는다. 같은 시대에 태어났어도 어떤 집에 속하고 무슨 일을 배우느냐에 따라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전혀 다르게 평가된다는 점이 두 인물의 성장 과정에 드러난다.

이야기는 김정익 대감 집의 맏딸 은영이 세 살 때 절벽 아래 급류에 휩쓸리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죽은 줄 알았던 아이는 늙은 도공 공 노인에게 구조돼 은비라는 이름으로 새 삶을 얻는다. 강원도 산골 가마터에서 흙을 빚고 불을 다루는 일을 배우며 성장한 은비에게 도자기는 단순한 생계 수단을 넘어 자기 손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세월이 흐른 뒤 은비는 한양의 김정익 대감 집에 여종으로 들어간다. 진영은 학문과 글을 좋아하는 반가의 딸로 자랐지만 그 역시 여성의 선택을 제약하는 시대의 규범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여종으로 돌아온 은비는 자신이 태어났던 공간에 속하면서도 그 집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처지다.

작품에는 조선백자를 사랑하는 명문가 출신 이희수, 도학적 신념과 개인적인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림 선비 류택림, 사람의 됨됨이를 신분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북청 무관 박정식이 등장한다. 인물들은 은비와 진영이 자신의 길을 선택하는 과정에 얽히면서 예법과 감정, 명분과 인간적 신뢰가 충돌하는 장면을 만든다. 이희수는 은비가 만들어 내는 도자기의 가치를 일찍 알아보았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는 인물이다.

강원도 산골의 가마터와 한양의 사대부 저택, 강릉과 함경도 북청이 주요 무대다. 흙을 고르고 불을 견디며 그릇을 완성하는 일은 은비가 잃어버린 이름과 자리를 다시 찾아가는 과정에 겹쳐진다. 조선백자는 당시의 공예품이면서 소설 안에서는 노동의 결과가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매개다.

정치적 배경은 인물들이 자신만의 삶을 선택하기 어려운 이유를 보여준다. 연산군의 시대에서 중종반정과 기묘사화로 이어지는 격변은 권력의 명분과 신분 질서가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정치사에서 잘 알려진 사건을 여성의 경험으로 다시 들여다보면서, 거대한 변화의 시기에 개인이 지키려 한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

총 45장으로 구성된 소설에서 달의 이미지는 여러 인물의 성격과 운명을 나타낸다. 은비에게는 초승달, 진영에게는 보름달의 이미지가 대응하고 이희수와 류택림, 박정식에게도 서로 다른 달의 모습이 연결된다. 같은 밤하늘 아래 있으면서도 모양과 위치가 다른 달처럼, 인물들의 삶은 엇갈리면서 상대의 선택을 비추는 관계를 맺는다.

서로 다른 처지에서 자란 자매는 자신을 규정하는 이름과 신분이 전부인지 질문한다. 사랑을 선택하는 기준이 집안의 격식일지 사람의 됨됨이일지에 대한 갈등도 함께 놓인다. 가족관계의 복원과 독립적인 삶의 모색을 함께 배치하면서 과거의 여성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얼마나 좁았고 그 안에서 어떤 결단이 가능했는지 보여준다.

△ 두 개의 달/ 셀린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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