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1시까지 문 여는 제주 탑동365일의원…주치의 제도의 가능성을 묻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10:16

'동네의사로 살아보니' 표지 (바틀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동네의사로 살아보니'는 제주 구도심의 탑동365일의원에서 환자를 만나 온 고병수가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을 짚은 기록이다. 의료 현장의 일화와 국내 제도의 한계, 해외의 1차 의료 사례를 연결해 아플 때 먼저 찾을 수 있는 의사가 왜 필요한지 묻는다. 갓난아기 때부터 보아 온 아이가 대학생이 돼 입대를 앞두고 인사를 하러 오는 일화도 나온다.

제주시 탑동365일의원은 여러 의사가 교대로 진료하는 공동개원 방식으로 운영된다. 쉬는 날 없이 밤 11시까지 문을 열어 늦게 퇴근한 직장인과 열이 나는 아이, 바닷가에서 성게 가시에 찔린 관광객이 찾아온다. 응급실로 가야 할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밤늦게 문을 여는 병원은 주민에게 다른 선택지가 된다.

단골 환자를 오래 진료하면 병명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변화가 보인다. 저자는 약을 받으러 오지 못한 고령 환자의 집을 찾아갔다가 거동에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한 경험을 들려준다. 무릎 운동 방법을 알려준 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환자가 직접 걸어 병원에 나타났다.

병원에서는 환자 기록에 담당 의사를 적어 되도록 전에 진료한 의사가 다시 만날 수 있게 했다. 가족을 함께 등록해 다른 가족의 건강까지 살피는 방식도 시도했다. 만성질환자에게 치료와 관리 방법을 충분히 설명하고, 여러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함께 점검하는 일은 환자의 삶을 이해하는 일과 맞닿는다.

그러나 충분히 설명하고 방문진료를 하는 일이 개별 의사의 선의만으로 유지되기는 어렵다. 진료 환자 수가 의료기관의 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에서 시간을 오래 쓰는 상담과 교육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장기적인 건강관리와 지역 돌봄의 가치를 실제 의료보상 구조에서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가 제도 논의의 중요한 과제가 된다.

해외 사례는 일본, 타이완, 영국, 프랑스, 독일의 일차의료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다룬다. 영국의 주치의 제도와 타이완의 가족 중심 진료, 프랑스의 의료 소외 지역 지원, 독일의 의료와 돌봄 연계 등을 살피며 국내에 적용할 과제를 찾는다. 다른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옮기자는 제안보다는 한국의 의료 현실에 맞는 연속 진료와 지역 기반 관리 체계를 고민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저자가 기획과 실행에 참여한 제주형건강주치의 시범사업이 등장한다. 시범사업을 준비하며 부딪힌 문제와 지역사회에서 제도를 시작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저자는 동네의사가 한 환자의 질환뿐 아니라 생활환경과 가족, 시간이 지나며 달라지는 몸 상태를 지속적으로 살필 수 있는 운영 조건을 주요 과제로 제시한다.

저자는 환자의 건강 정보를 알고 꾸준히 관계를 유지하는 일이 특별한 의료서비스가 아니라 동네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일차의료의 모습이어야 한다고 본다. 성게 가시를 빼는 작은 진료부터 장기적인 건강관리까지 같은 장소에서 이어지는 경험은 주치의 제도가 구호가 아닌 실제 운영 방식이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의료와 돌봄이 분리되지 않도록 주민의 생활을 중심에 두려는 시도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한다.

△ 동네의사로 살아보니/ 고병수 지음/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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