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비바리 애랑' 표지 (상상스퀘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독도 비바리 애랑'은 제주에서 물질을 배우며 자란 열다섯 소녀 애랑이 독도에 건너가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역사소설이다. 정명섭은 독도의용수비대와 제주 해녀들의 협력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생계와 영토 수호가 맞닿은 섬의 시간을 이야기한다. 작품은 6·25전쟁과 제주 4·3의 여파, 일본의 독도 침략 시도까지 한국 현대사의 여러 문제를 한 청소년의 경험 안에 들여놓는다.
애랑은 네 살 때부터 바다에 들어갔고 어머니 오순과 함께 살아왔다. 아버지에 관한 기억은 제주에서 보내는 일상 곳곳에 남아 있지만, 물속에서 일할 때만큼은 눈앞의 일에 집중할 수 있다. 애랑에게 물질은 단순한 직업 훈련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다루고 삶을 꾸려가는 활동이다.
제주 4·3이 남긴 상처와 전쟁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불안 속에서 애랑은 다른 해녀들과 독도행 배에 오른다. 미역이 많다는 소식은 새로운 일자리의 가능성을 뜻하지만, 낯선 바위섬의 환경은 육지와 전혀 다르다. 도착 이후 애랑이 마주하는 것은 거친 물살과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이다.
애랑은 익숙한 물질 기술로 섬에 적응하고, 해녀들은 채취한 미역을 통해 독도의용수비대의 활동을 돕는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독도의용수비대는 자체적으로 경비를 마련해야 했으며 제주 해녀들을 고용해 미역을 채취했다. 작가는 목재를 운반해 통나무 대포를 만드는 작업에 해녀들이 도움을 줬다는 사실도 창작의 단서로 소개한다.
소설은 '물숨'과 '미역섬', '강치', '순시선', '통나무 대포', '태풍', '독도 대첩' 등 열두 장과 에필로그로 이어진다. 일본인들이 미역을 사겠다는 제안을 거절했다는 역사 기록도 이야기의 바탕에 놓였다. 태풍과 순시선이 등장하는 부분은 작은 공동체의 노동이 얼마나 불안정한 조건에서 이어졌는지 보여준다.
애랑을 움직이는 힘은 특별한 영웅의 능력이 아니라 배워 온 기술과 곁에 있는 사람들이다. 오순에게 물질을 익히고 다른 해녀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소녀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자기 역할을 찾는다. 애랑은 기존의 성별과 신분 질서가 해녀를 낮게 평가하더라도 바다에서 익힌 기술이 실제로 사람들을 돕는다는 사실을 경험한다.
정명섭은 독도의용수비대를 만든 홍순칠과 해녀들의 협력 이야기를 알게 된 뒤 소설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작가는 가상의 인물을 중심에 두되 당시 해녀들의 활동과 수비대의 사정을 역사적 배경으로 가져왔다. 박현숙 작가의 추천 글과 문학평론가 황유지의 해설, 저자의 말도 수록해 청소년 독자가 작품과 역사 기록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애랑은 상처를 지닌 채 다른 사람들과 일하고, 섬에 머무르며 자신의 자리를 넓힌다. 독도를 지켰다는 역사적 결과뿐 아니라 그곳에서 물질하고 생활한 여성들의 시간을 되찾는 작업이 작품의 중심에 있다. 지킨다는 것은 영토를 향한 추상적인 구호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삶이라는 뜻이다.
△ 독도 비바리 애랑/ 정명섭 지음/ 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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