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의 힘은 어디서 오나…금융과 지정학으로 짚은 세계 통화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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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10:12

'달러 없는 세계' 표지 (알에이치코리아(RHK)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달러 없는 세계'는 달러가 국제금융의 중심 통화가 된 과정과 그 체제가 안고 있는 모순을 지정학의 시선으로 추적한다.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27년간 경험을 쌓은 이하경은 금리와 환율의 등락을 넘어 국가 간 힘의 관계와 자금 이동이 세계 경제를 어떻게 바꾸는지 살펴본다. 이번 책은 7년 전 출간한 첫 책의 본문을 유지하면서 이후의 변화를 돌아보는 해설과 보론을 새로 더한 개정판이다.

미국의 정책금리 결정이 다른 나라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전쟁이나 무역 갈등이 원자재와 환율을 흔드는 현상은 단순한 경제지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저자는 시장의 움직임을 맞히는 일보다 그 움직임이 발생하는 구조를 이해하는 데 우선순위를 둔다. 환율은 단순히 두 나라의 돈을 바꾸는 비율이지만 그 배경에는 금융정책과 무역관계, 다른 나라 자산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이 얽힌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성립과 변화, 신용화폐의 확산, 국제금융 질서를 뒤흔든 여러 위기와 정책 대응을 이어서 살핀다. 1차 세계대전 이전의 국제질서에서 출발해 대공황과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냉전과 마셜플랜, 금태환과 닉슨 쇼크로 이어지는 과정을 다룬다. 미국 정부와 금융자본,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세계 통화질서에 참여했는지 검토한다.

달러는 국제 거래에서 널리 사용되는 돈이면서 미국이 세계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통로다. 저자는 미국의 경제력과 금융시장뿐 아니라 군사력, 동맹, 국제결제망까지 달러에 대한 신뢰가 형성되는 배경으로 살핀다. 브레튼우즈 체제의 모순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유동성 공급과 통화 신뢰의 긴장이 핵심이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 유럽을 비롯한 주요 국가의 선택을 함께 검토한다. 중국이 세계 금융과 무역 구조 안으로 깊이 들어온 과정을 살피는 장에서는 '차이메리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인구구조와 불평등, 소비의 변화도 별도 장으로 다루며 환율과 금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경제의 조건을 점검한다.

저자는 다른 통화가 즉시 달러를 대체한다는 예언보다 현재의 체제가 앞으로도 같은 방식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살펴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국제적 결제망과 제재 문제는 달러 중심 체제의 금융적인 기능이 외교적 힘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에는 SWIFT와 달러의 무기화가 별도 논점으로 등장한다.

개별 국가의 금리 정책, 금융위기 대응, 국제적인 충돌을 따로 떼어내지 않고 앞뒤의 인과관계로 연결한다. 저자는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대체투자 등 여러 자본시장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과거의 판단을 현재 시점에서 되돌아보는 보론은 금융의 변화를 단정적인 예측보다 지속적인 검토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구성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분석 단위는 특정 투자상품보다 글로벌 유동성이다. 달러 체제의 형성과 신뢰가 유지되는 조건을 이해해야 국가들의 정책 선택과 자본의 이동을 함께 볼 수 있다. 제목이 제기하는 가장 큰 물음 역시 달러가 사라질 날짜가 아니라 지금까지 작동해온 국제통화 질서를 지탱하는 힘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다.

△ 달러 없는 세계/ 이하경 지음/ 4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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