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공산당은 1925년 중국집 '아서원'에서 태어났다…서울 골목에 남은 혁명의 흔적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10:24

'붉은 역사 답사기 : 경성편' 표지 (롤러코스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붉은 역사 답사기 : 경성편'은 일제강점기 경성의 중국집 아서원에서 출발해 사회주의자와 아나키스트, 독립운동가들이 남긴 흔적을 오늘날 서울의 장소와 연결한다. 최백순은 조선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계기로 우리가 걷는 도심의 골목과 건물에서 저항과 연대의 역사를 찾아간다. 저자는 여러 조직이 왜 만들어지고 갈라졌는지뿐 아니라 사람들이 어디서 모이고 어떤 사람과 연대했는지 추적한다.

1925년 4월 17일 경성의 중국요릿집 아서원에 모인 사람들은 당의 이름부터 논의했다. 조선공산당과 고려공산당을 놓고 의견이 갈렸고 토론 끝에 조선공산당이 출범했다. 당명 논쟁은 식민지 상황에서 어떤 역사적 이름과 정치적 정체성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했다.

정동의 소련 총영사관에 걸렸던 붉은 깃발, 독립운동가와 사회주의자가 수감된 서대문형무소는 서로 다른 장소지만 식민지 도시의 정치적 지형을 보여준다. 저자는 장소의 현재 모습에서 출발해 그곳에 모였던 사람들과 그들이 맞섰던 제도를 되짚는다. 경찰과 감옥, 외교 공간에 관한 기록을 연결하면 식민지의 통치와 이를 거스른 운동이 어떤 거리 안에서 공존했는지도 드러난다.

첫 부는 조선공산당 창당을 중심에 두고 아서원과 보구녀관, 딜쿠샤, 이회영의 활동, 윤동주와 한성임시정부 관련 장소를 살핀다. 단일 정당의 연혁을 추적하기보다 독립과 평등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운동이 같은 도시 안에서 어떤 접점을 만들었는지 보여준다. 여성 의료와 교육, 감옥과 비밀 회합의 장소도 역사적 논의의 범위에 들어간다.

둘째 부는 좌우합작의 시도와 좌절에 주목한다. 조동호와 북풍회, 조선노동당, 신간회와 여운형 등 단체와 인물을 따라가며 민족 해방을 추구한 세력 내부에도 다양한 노선이 있었다는 점을 짚는다. 신간회처럼 서로 다른 세력이 함께했던 조직은 연합의 가능성과 어려움을 함께 드러낸다.

셋째 부에서는 서울청년회와 조선노농총동맹, 조선학생과학연구회, 화요회 등 조직의 활동을 추적한다. 넷째 부에는 무산자동맹회, 경성제국대학, 조선여성동우회 등을 배치했다. 100년 전 경성의 정치사를 거대한 사건의 연표만으로 다루지 않고 회합 장소와 학교, 언론, 여러 결사의 활동이 교차하는 지도처럼 재구성한다.

최백순은 앞서 '조선공산당 평전'에서 한국 사회주의 운동의 전개를 다뤘다. 이번 책은 그 역사에 나오는 인물들이 실제로 어느 곳에서 만나고 생활했는지를 더 구체적으로 추적하는 후속 작업의 성격을 지닌다. 독립운동사에서 널리 알려진 장면뿐 아니라 비교적 덜 조명된 사회주의자와 여성, 계급 차별에 맞선 사람들의 활동까지 시야를 넓힌다.

서울의 장소는 시간이 흐르며 다른 기능을 갖게 됐지만 과거의 선택과 갈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책은 아서원에서 시작해 정동과 서대문, 여러 동네의 흔적을 찾아가며 식민지 시대를 하나의 목소리로 단순화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 도시를 걷는 행위가 역사의 복잡성을 인정하는 읽기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제시한다.

△ 붉은 역사 답사기 : 경성편/ 최백순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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