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북극에도 꽃이 핀다…스발바르 식물로 읽는 툰드라의 변화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AM 10:22

'북극에 피는 꽃' 표지 (에코리브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북극에 피는 꽃'은 눈과 얼음으로만 여겨지는 북극에 실제로 어떤 식물이 자라고 있는지 들여다본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박사는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다양한 툰드라를 살피며 꽃과 씨앗, 이끼와 관목이 극한 환경에 적응해 온 과정을 기록한다. 저자는 같은 곳에서 연구를 해도 토양의 수분과 표면 상태가 달라지면 식물의 종류와 모습이 바뀐다고 설명한다.

2011년 미국 알래스카의 카운실에 처음 도착했을 때 그는 눈밭 대신 넓은 초록색 툰드라를 마주했다. 습지와 중간 습도의 툰드라가 녹색을 띠는 반면 건조하고 메마른 곳은 회갈색에 가까웠다. 짧은 생장기에도 꽃이 피고 잎의 색이 바뀌면서 같은 북극 안에 여러 풍경이 생긴다.

인공위성에서 관측한 엽록소 수치가 예상보다 높아 직접 확인하려 했다는 이야기다. 우주에서 식물이 흡수하고 반사하는 빛을 읽으면 넓은 지역의 변화를 파악할 수 있지만, 그 수치가 어떤 식물에서 나왔는지는 현장에 내려가 확인해야 한다. 식물의 종류와 토양, 수분 상태까지 함께 살펴야 같은 색의 지도가 나타내는 의미를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책은 툰드라를 습도와 식물의 생활 방식에 따라 나누고 북극 내부의 위도 차이와 다섯 생물기후 구역을 설명한다. 스발바르에 한때 숲이 있었다는 사실과 석탄·탄광의 역사도 다룬다. 같은 제도 안에서도 극지 사막과 건조한 툰드라, 습지가 공존한다는 점은 북극 생태계를 하나의 기후나 식물군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버드나무와 담자리꽃나무, 북극이끼장구채, 나도수영, 꽃다지, 스발바르산양귀비도 소개한다. 식물 이름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견디고 어떻게 자라며 주변 생물과 관계를 맺는지에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일부 식물은 낮은 키로 땅 가까이에 머물고, 다른 식물은 개체군을 늘리며 새로운 공간에 자리 잡는다.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경계를 뜻하는 수목한계선이 이동하고 관목과 숲이 넓어질 가능성이 논의된다. 식물의 확장은 이산화탄소 흡수에 영향을 주지만 눈 덮인 지면의 반사율을 낮춰 온난화를 키울 수도 있다. 새로운 식생이 자리 잡으면서 기존에 살던 작은 식물의 터전이 줄어들 가능성 역시 있다.

저자가 소개한 실험에서는 마른 씨앗이 매우 낮은 온도를 견디는 반면 물에 젖은 씨앗은 냉기에 더 취약해진다. 눈이 내리던 계절에 비가 오기 시작하면 식물의 생활 주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구체적인 실험으로 이어진다. 식물의 생활 주기는 온도뿐 아니라 물과 눈, 빛이 언제 주어지는지에 영향을 받는다.

2019년 '엄마는 북극 출장 중'을 펴냈던 이유경은 이번 책에서 자신의 과학자 생활보다 북극 식물 자체에 시선을 둔다. 식생 지도와 우리말·학술 이름, 스발바르의 멸종위기 식물 목록도 부록으로 실었다. 북극이 따뜻해질 때 무엇이 늘어나는지만이 아니라 어떤 식물이 소리 없이 사라질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문제를 남긴다.

△ 북극에 피는 꽃/ 이유경 지음/ 216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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