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터밀크웨이' 표지 (부기출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2/뉴스1
산문집 '버터밀크웨이'는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고(故) 백세희의 지인들이 남긴 애도의 기록이다. 연인 김강토, 오랜 친구 이수현, 동생 백다희는 상실 이후 1년 동안 서로 다른 방식으로 겪은 슬픔과 이어지는 생활을 글로 남겼다.
김강토는 달리기에 몰두했고 이수현은 음식을 만들고 주변 사물을 바라봤으며 백다희는 언니가 남긴 일상과 작은 생명 곁에서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움직임이 다른 사람에겐 감당하기 어려운 감정에서 잠시 벗어나는 수단이었다. 누구도 다른 사람의 슬픔을 같은 속도로 견뎌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 태도가 글 전체에 흐른다.
책의 제목을 쓴 백다희는 언니와 함께했던 세계를 우유에 빗댄다. 그 세계를 뒤흔든 죽음 이후 자신은 버터가 됐고 남은 세계는 버터밀크가 됐다고 표현한다. 한 번 나뉜 버터가 다시 우유가 될 수 없듯 남겨진 사람도 상실 이전과 완전히 같은 존재로 돌아갈 수 없다는 뜻이다.
세희를 통해 이어져 있었지만 그가 떠난 뒤에는 조금 어색해진 관계가 글쓰기를 계기로 다시 연결됐다. 저자들은 서로가 알지 못한 고인의 모습을 들으면서 같은 부재가 반드시 같은 감정을 낳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한다. 이 과정은 남겨진 사람끼리 더 가까워지는 계기이면서 동시에 부재를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김강토는 장례를 치른 이튿날 검은 정장과 타이를 입고 하프마라톤에 나간 일화를 적었다. 기록이 좋아지고 주변에서 격려를 받을수록 자신이 달리는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외로움을 느낀다. 김강토의 일화에서는 주변이 보는 회복의 모습과 실제 심리 상태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드러난다.
이수현은 '헨리와 마이클'을 비롯한 글에서 익숙한 사물과 관계가 한 사람의 부재로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다. 누군가를 잃은 뒤에도 식사와 산책, 계절의 변화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이 여러 글에 반복해서 나타난다. 이수현의 기억은 사람을 떠올리게 하는 사물과 풍경에서 시작되고, 백다희의 기억은 생활 공간에 남은 언니의 흔적을 통해 되살아난다.
구성은 '없는 세계', '슬픔 유예', '남겨진 세계', '빛이 새 나오다', '다른 행성'의 다섯 부분으로 이어진다. 다섯 부분의 제목은 어둠에서 밝음으로 곧게 나아가는 단계라기보다 반복되고 겹치는 감정을 구분한 이름에 가깝다. 생일과 계절처럼 일정한 주기로 되돌아오는 날은 없는 사람을 새삼스럽게 느끼게 한다.
슬픔을 없애거나 일정한 단계에 맞춰 극복해야 한다는 주장 대신, 사라진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과 살아 있는 자신의 하루가 동시에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고인의 대표작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려 한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는 사실과 별개로 이 책은 가까운 사람들이 겪은 구체적인 생활을 중심에 둔다. 삶을 이어간다는 것과 떠난 이를 기억한다는 것이 양립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여러 글의 교차 속에서 나타난다.
△ 버터밀크웨이/ 김강토·이수현·백다희 지음/ 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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