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나 번 '화이트 노이즈 허들웨어'의 한 장면(사진=로나 번 작가 제공).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감상하는 사람의 경계를 허문다는 점이다. 시민들은 정해진 자리에서 작품을 바라보는 대신 자신의 몸을 움직여 작품을 완성한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도 없다. 평소 사람들이 오가며 쉬어가는 공원이 하나의 전시장이 되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시민들이 작품의 주인공이 된다.
이번 퍼포먼스는 오는 8일까지 이어지는 전시 축제 ‘SAD BOOK 다시 쓰기: 몸으로서의 도시’의 개막 프로그램이다. 더 그레잇 커미션이 주최·주관하고 예술가의집이 공동기획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가 후원한다. 축제는 마로니에공원과 예술가의집, 한양도성 낙산 일대에서 펼쳐진다. 미술관이라는 정해진 공간을 벗어나 도시 전체를 예술의 무대로 삼은 것이 특징이다.
관객이 직접 작품의 일부가 되는 특별한 경험은 축제 기간에도 이어진다. 3일 열리는 로나 번의 ‘워터 패스’ 워크숍에서는 여러 사람이 함께 입는 조각인 ‘허들웨어’가 등장한다. 9명 또는 12명이 함께 쓰는 커다란 ‘네트워크 모자’를 착용하고 천천히 걷는 프로그램이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움직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가며 서로의 거리와 관계를 경험한다. 자투리 천을 매듭짓고 엮어 부드러운 조각을 만드는 체험도 마련된다.
이번 축제의 출발점은 ‘슬픔’이다. 총괄기획자인 전민경이 2015년부터 써온 다섯 막짜리 희곡 ‘SAD BOOK’을 국내외 작가 6명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개인의 슬픔과 기억을 영상과 설치, 소리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예술의 언어로 풀어낸다. 예술가의집에서는 배우 황규찬이 낭독한 희곡을 헤드폰으로 듣거나 작가와 함께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색다른 볼거리도 이어진다. 5일에는 권아람의 드론이 예술가의집 안에서 날아오른다. 7일에는 북한을 떠나 서울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 슬픔의 순간 곁에 있었던 노래를 함께 부른다. 마지막 날인 8일에는 관객들이 직접 만든 연을 한양도성 낙산 성곽 위로 띄우는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바람이 플로리안 돔부아의 작품 ‘트리플 인스트루먼트(서울)’를 연주하는 소리를 헤드폰으로 감상하는 특별한 체험이다.
가만히 서서 감상하는 대신 몸을 움직이고,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부르고, 연을 띄우는 일주일. 그 과정에서 낯선 사람의 몸짓과 목소리는 또 다른 예술이 된다. 혼자 간직했던 슬픔도 누군가와 나누는 순간 조금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