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50주년' 김홍신 "잘못된 역사, 글로 꾸짖어야…용서만이 능사 아냐"(종합)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2일, PM 03:52

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홍신 작가가 신간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 집필 동기를 설명하고 있다. 2026.11.02 © 뉴스1 김정한 기자

"용서만이 능사는 아니며, 복수가 아름다울 때도 있다. 잘못을 꾸짖는 '필추'(筆誅)가 서슬 퍼렇게 살아 있어야
다음 세대가 앞선 자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최초의 밀리언셀러 소설 '인간시장'의 작가 김홍신(80)이 등단 50주년을
맞아 신작 장편소설 '유다의 어머니'를 들고 돌아왔다.

김홍신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여든의 나이에도 날 선 역사의식과 집필을 향한 열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번 신작은 1970~80년대 군사정권 시절의 서슬 퍼런 검열과 5·18 민주화운동 등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격랑을 정면으로 관통한다. 신약성서에서 예수를 배신한 가룟 유다의 어머니는 왜 침묵 속에 묻혔느냐는 물음에서 출발해, 권력욕에 사로잡혀 불의와 타협한 아들과 그에 맞서 정의와 신념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그렸다.

김 작가는 "인간은 대부분 선하지만, 왜 0.001%의 악한 이들이 존재하는가에 대해 찾아보고 싶었다"라며 집필 계기를 밝혔다.

'유다의 어머니' (해냄출판사 제공)


천륜마저 거스르는 파격적인 설정에 대해서는 "역사를 농락한 악행에 대한 응징이자 '필추'의 불가피성"이라며 "비극적 단죄를 거쳐야만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고 희생자들을 위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1980년대 엄혹했던 신군부의 검열 실상을 생생히 증언했다. 그의 베스트셀러 '인간시장'의 경우 원고 속 주인공 이름을 검열 때문에 '장총찬'으로 바꿔야 했고, 시청 검열단에서 자행되던 무자비한 삭제와 협박을 온몸으로 견뎌냈다.

그는 "그 시절의 트라우마로 지금도 높은 옥상 난간 근처에는 가지 못한다"며 "당시의 고통과 상처가 이번 소설 속 가상과 연상의 인물들을 통해 생생히 부활했다"고 밝혔다.

컴퓨터 자판과 생성형 인공지능(AI)이 문학계를 휩쓰는 시대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만년필로 원고지 칸을 채워 나간다. 그는 고 이어령 선생과 최인호 작가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인호 형과 함께 '죽을 때까지 손으로 글을 쓰자'고 결의했다"며 "문학관의 상징 마크처럼 검은 잉크 한 방울에 내 붉은 피 한 방울을 찍어 바른다는 진중한 각오로 쓴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작가는 "올해 팔순이자 등단 50주년, 김홍신문학관 개관 10주년을 맞았다"며 "아이들에게 손에 쥔 만년필과 머리맡의 원고지를 유언으로 남겼듯, 백제사 집필을 비롯해 150권을 채우겠다는 목표를 향해 생을 다하는 날까지 현역으로 글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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