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 소리' 표지 (교양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3/뉴스1
'파도 소리'는 일본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어부 신지와 소녀 하쓰에의 첫사랑을 그린 장편소설이다. 욕망과 파멸의 이미지가 강한 다른 작품들과 달리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은 인물들의 성실함과 사랑이 시련을 넘는 과정을 중심에 둔다. 이 작품은 사랑이 시련을 겪더라도 행복에 이를 수 있는 이야기를 써보려 했다는 작가의 의도와 연결된다.
소설의 무대는 이세만 입구에 있는 가상의 섬 우타 섬이다. 인구 1400명가량의 작은 섬에서 남자들은 어업에 종사하고 여자들은 물질하며 살아간다. 열여덟 살 신지는 일찍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동생을 돌보며 바다에서 일하는데, 그의 노동은 이후 사랑의 시련과 마주했을 때 선택의 바탕이 된다.
비바람이 치는 날 낡은 감시초소에서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마주하는 장면은 두 인물이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며 모닥불이 타는 모습은 아직 서툰 두 사람의 감정을 드러낸다.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자연은 낭만적인 풍경이면서 동시에 매일 견뎌야 할 조건이다.
마을 유지의 아들 야스오가 거짓말로 둘 사이를 방해하고 하쓰에의 아버지는 만남을 금지한다. 서로의 생활을 잘 아는 관계가 누군가의 선택을 제한하는 압력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상대를 꺾기 위한 경쟁보다 자기 일에 책임을 다하는 방식으로 어려움에 대응한다.
사랑을 인정받기 위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이 아니라 위험 앞에서 움직이는 청년의 태도에 초점이 놓인다. 신지가 위험을 감수하며 움직이는 이유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계산으로 제시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행동이며, 다른 사람들이 그를 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계기가 된다.
스물아홉 살 때 발표한 이 작품을 작가 자신과 반대되는 인물과 생각을 언어로 구성하려는 시도로 보았다고 한다. 출간 당시 후기에서는 파멸로 끝나는 사랑이 아니라 어려움을 이겨내고 행복에 이르는 '반(反)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를 쓰려 했다는 뜻을 밝혔다.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 자주 언급되는 파멸과 불안 대신 밝은 결말을 향하는 이야기를 만들려 했다는 점은 작품을 읽는 중요한 맥락이다.
1954년 발표된 '파도 소리'는 그해 제1회 신초샤 문학상을 받았고 일본에서 다섯 차례 영화화됐다. 1949년의 '가면의 고백'과 1956년의 '금각사' 사이에 발표된 작품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이번 한국어판은 이진명이 번역했으며 신지와 하쓰에의 이야기와 함께 자연을 세밀하게 그린 미시마의 문장을 담았다.
소설은 사랑을 위해 세상과 단절되는 인물보다 공동체 안에서 책임을 지고 살아가는 인물을 그린다. 작가의 어두운 작품 세계와 다른 결을 가진 이 이야기는 선의와 용기를 통해 사랑이 인정받을 수 있는지 묻는 작품으로 읽힌다. 작가는 아름다운 자연을 묘사하면서도 그 속에서 실제로 일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중심에 놓는다.
△ 파도 소리/ 미시마 유키오 지음/ 이진명 옮김/ 2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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