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 도둑과 길 잃은 말까지…제주 경찰이 십대에게 들려준 '지킨다는 것'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3일, AM 09:43

'지킨다는 것' 표지 (너머학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3/뉴스1

'지킨다는 것'은 제주도의 바닷가 마을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찰관 김승혜가 십대에게 '지킨다'는 말의 의미를 들려주는 청소년 인문서다. 저자는 소중한 대상을 자기 울타리 안에 들이고 그 가치를 인정하며 보호하는 행동으로 지킴을 설명한다. 저자는 경찰관이 하는 일을 설명하는 데서 출발하지만 이야기를 십대 독자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행동으로 넓힌다.

귤 도둑을 찾으러 가거나 길을 배회하는 말과 망아지를 안전하게 묶는 일도 있고, 한밤중에 귀신을 쫓아 달라는 할머니의 부탁도 있다. 이처럼 경찰의 역할은 위험한 순간에 나서는 일뿐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걱정과 불편을 살피는 일과도 이어져 있다. 동물이 길을 막거나 이웃이 일상적인 어려움을 겪는 상황도 주민에게는 도움이 절실한 사건이다.

경찰의 제복뿐 아니라 소방관의 방염복과 의료인의 가운, 군인의 군복도 각자가 어떤 책임을 맡았는지 드러낸다. 시간 약속이나 친구의 비밀, 일상의 질서를 지키는 행동도 같은 말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시민의 도움을 받아야 해결하는 일이 있는 것처럼 서로를 돌보는 일에는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다.

법은 사회 구성원에게 적용되는 단단하고 견고한 울타리다. 반면 각자가 소중히 여기는 사람과 가치, 생활 규칙은 상대적으로 유연한 울타리를 이룬다. 법의 보호를 받는 사람 역시 다른 누군가를 지키는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의 울타리를 어떻게 채울지 계속 선택해야 한다.

파출소의 사건 수첩에서는 울타리의 의미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난다. 길을 나선 말을 붙잡는 과정에 이웃 농장 주인이 도움을 주고 자기 말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것은 거창한 선언보다 당장 할 수 있는 도움일 수 있다.

때로는 맞서 싸워야 하고, 어떤 경우에는 물러서거나 감수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저자는 지킬 대상이 여럿일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지,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는지 같은 질문을 던져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저자는 독자가 자신의 상황에서 가능한 행동과 그 행동이 미칠 영향을 함께 따져보도록 이끈다.

김승혜는 경찰행정학을 공부하고 경찰간부후보생 시험에 합격한 뒤 수사과와 교육정책과, 경찰청 대변인실 등을 거쳐 제주 파출소에서 근무했다. 저자는 경찰의 경험을 특별한 영웅담으로 포장하기보다 마을 사람과 함께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상의 기록으로 풀어낸다. 실제 경찰 경험을 바탕으로 한 글은 추상적인 가치의 설명을 지역의 풍경 속에 배치한다.

'너머학교 열린교실' 시리즈 25번째인 이 책은 십대에게 무엇을 지킬지 스스로 생각해 보라고 권한다. 나와 다른 사람을 보호하는 일은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어떤 가치를 울타리 안에 둘지 결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경험을 통해 사회 전체의 규칙과 다른 사람의 안전을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이 책의 목적이다.

△ 지킨다는 것/ 김승혜 지음/ 백주희 그림/ 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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