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향에 스민 생명력"…교보문고 3인 3색 산수화전 '동양화에 기운'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3일, PM 04:20

한진만_금강송 2007 (교보문고 제공)

교보문고가 운영하는 교보아트스페이스에서 전통 수묵의 매력을 현대 감각으로 풀어낸 특별 기획전이 열린다. 3일부터 12월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세대를 아우르는 미술가 3인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완성한 산수화를 선보인다. 전시 표제는 먹 그림에 끌리는 마음을 뜻하면서도, 화면 위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생한 활력인 '기운'을 함께 떠올리게 만든다.

참여 작가들은 대자연을 마주하는 태도부터 확연히 다르다. 원로 한진만과 신예 진희란은 직접 험준한 산맥을 두 발로 오르내리며 사계절의 숨결을 화폭에 담았다. 반면 중견 유승호는 중국 북송의 고전 화법을 깊이 파고든 뒤, 활자를 촘촘히 엮어 새로운 형상을 빚는 독특한 방식을 택했다. 거대한 자연을 우주처럼 웅장하게 보거나 일상의 흙먼지처럼 가깝게 느끼는 차이가 작품마다 또렷하게 드러난다.

한진만은 먹물의 농담과 여백을 정밀하게 조율해 대상의 보이지 않는 내면까지 표현하려 애썼다. 눈앞의 산세를 단순히 옮겨 그리는 데 그치지 않고, 먹선 하나하나에 꿈틀거리는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는 치열한 고민이 묻어난다.

3인 3색 산수화전 '동양화에 기운' 포스터 (교보문고 제공)

조선시대 화원들의 발자취를 좇는 진희란은 정상에 선 순간보다 오르막길에서 흘린 땀방울과 굽이진 풍경을 마음에 먼저 새긴다. 길 위에서 온몸으로 겪은 감각이 쌓여 결국 작가만의 '마음속 산'으로 다시 태어난 셈이다. 글자를 붓끝으로 엮는 유승호는 전통 붓과 연필, 먹물과 낙서 사이의 경계를 허물며 파격적인 화면을 펼쳐 보인다.

전시장 관계자는 "태어난 시기도, 붓을 쥐는 방식도 서로 다른 세 사람이 한자리에 모여 산수를 바라보는 다채로운 시각을 제시한다"며 "관람객들이 묵향 속에서 자신만의 생명력을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번 전시는 서양 미술에 익숙한 대중에게 전통 수묵이 박제된 옛 유물이 아니라 지금도 살아 숨 쉬는 표현 양식임을 증명한다. 1940년대생부터 1990년대생까지 무려 반세기를 아우르는 세 작가가 저마다 독창적인 기법으로 자연을 재해석한다. 관람은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내 전시장에서 무료로 가능하다.

acene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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