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교에 누가 있다' 정보그림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잠수교에 누가 있다'는 물에 잠긴 다리에서 기묘한 존재를 본 사람들이 서로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다. 김성중은 인간의 억눌린 감정을 먹고 자라는 '둥둥이'를 중심으로 현실과 환상을 엮는다.
장마가 끝났지만 잠수교의 수위는 내려가지 않는다. 강 건너 사람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움직이는 가운데 일부 인물에게만 낯선 무리가 보이기 시작한다.
고등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지내던 윤성은 물에 잠긴 다리에서 죽은 반려견 망고의 꼬리처럼 보이는 것을 발견한다. 친구의 괴롭힘을 겪는 태정도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잠수교의 모습을 목격한다.
이들은 군밤 장수 낙경의 트럭 앞으로 모여 기묘한 현상을 살핀다. 소설은 물속 다리와 인물들의 상처, 인간 아닌 존재들이 지닌 목소리를 함께 따라간다.
◇ 물에 잠긴 다리를 보는 사람들의 사연
윤성은 창밖에서 여전히 수위가 높은 잠수교를 바라본다. 몇 년 전 죽은 반려견을 떠올리게 하는 흔적을 확인하고 다리로 향한다.
태정은 친구에게 풋살을 강요받아 잠수교를 건넌다. 다른 친구들은 물을 보지 못하지만 태정은 물속으로 들어간 뒤에도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두 사람과 비슷한 장면을 본 이들이 차례로 나타난다. 남들은 보지 못하는 존재를 함께 목격했다는 사실이 자신을 의심하던 사람들에게 접점을 만든다.
이들은 트럭을 중심으로 시간대를 나눠 관찰한 내용을 공유한다. 다리의 이상 현상을 살피는 동안 날씨나 동네 가게 같은 평범한 대화도 오간다.
'잠수교에 누가 있다' 정보그림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 가로등과 하루살이까지 목소리를 얻다
이야기는 사람의 시점으로만 흐르지 않는다. 장마철 강물의 감촉을 느끼는 잠수교 자체가 처음 장면의 화자가 된다.
고장 난 가로등 '우두커니'도 하나의 인물처럼 등장한다. 전구가 나가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과 공장에서부터 지녔던 호기심을 자기 입장에서 전한다.
하루살이와 수초, 풍선껌, 도롱이벌레, 휴대폰도 각자의 감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풍선껌은 땅에 눌린 채 사람들의 발걸음을 느끼며 벗어날 길을 찾는다.
수초는 빛이 약한 물속에서도 살아가며 끊어진 줄기를 회복한다. 사물과 생명이 나누는 이야기가 인간 중심의 사건에 다른 관점을 보탠다.
◇ 억눌린 감정이 만든 둥둥이와 연결의 힘
둥둥이는 인간의 감정을 흡수해 자라나는 존재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감정이 인간에게서 둥둥이로 흐르던 방향은 거꾸로 바뀐다.
둥둥이가 분노와 두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장면도 등장한다. 감정이 바뀐 사람들은 왜 화가 나는지 알지 못한 채 서로에게 반응한다.
둥둥이를 발견한 이들은 따돌림과 사업 실패, 학교폭력, 산후 우울증 등 서로 다른 어려움을 겪었다. 고립된 삶을 살아온 이들은 같은 현상을 본다는 이유로 만난다.
무리가 커지면서 이들은 다리를 지키기 위한 공동의 과제를 찾는다. 소설은 억눌렸던 감정과 고립된 인물들이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끝까지 따라간다.
△ 잠수교에 누가 있다/ 김성중 지음/ 216쪽
'잠수교에 누가 있다' 표지 (창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art@news1.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