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걷는 한국 정원' 정보그림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100년 만에 걷는 한국 정원'은 경기도 양평에 들어선 메덩골 한국정원의 13년 조성 과정과 공간에 담긴 사상을 짚는다. 메덩골정원은 민초의 삶과 선비의 풍류, 성리학을 정원의 동선에 따라 풀어낸다.
2012년 처음 구상한 정원은 버려진 논밭을 바탕으로 약 7000평 규모를 갖췄다. 2025년 8월 문을 열기까지 돌과 나무, 물길과 건축물을 차례로 배치했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지나며 단절됐던 한국 정원의 전통을 오늘의 감각으로 되살리려는 시도가 바탕이다. 한 곳의 옛 정원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원림과 별서, 정사에서 발견한 미학을 새 공간에 옮겼다.
정원의 네 갈래 여정은 '민초의 시간'에서 시작해 '선비의 세계'와 '성리학'을 지나 '경외와 생명'으로 이어진다. 마지막 5부에서는 전통을 계승하는 과정에서 마주한 질문과 한계까지 다룬다.
◇ 민초의 삶과 기억을 들여놓은 정원
정원 초입의 '고향의 봄'은 마음속 고향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언덕이다. '서낭 회화나무'에는 마을의 근심을 대신 짊어지는 고목의 뜻을 담았다.
사람이 직접 파낸 계류 '메덩내'와 빨래터는 일상생활의 물길을 공간으로 옮겼다. 남도돌담길에서는 꽃과 장식물보다 밭작물이 풍경의 중심에 선다.
왕실이나 사대부의 공간으로 대표되던 전통정원의 이미지에서 한 걸음 벗어난 구상이다.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과 생활을 정원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에 놓았다.
정원에 놓인 현판과 길의 이름에는 각각 다른 사연이 있다. 자연을 손질하되 인위적인 장식을 줄이고 비워 둔 자리를 살리는 방식도 함께 소개한다.
'100년 만에 걷는 한국 정원' 표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 선비의 풍류에서 성리학의 사유로
'파청헌'과 '함소연'은 선비의 풍류와 수양을 풀어내는 동선에 자리한다. 그림자가 없는 정원이라는 뜻의 '무영원'도 이 여정에 등장한다.
재예당 마당의 '원주암'과 '용반연'에는 바위와 연못을 둘러싼 의미를 담았다. 정원은 공간마다 붙은 이름을 따라 걷는 이의 사유가 바뀌도록 구성했다.
건축가 승효상은 병산서원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선곡서원'을 설계했다. 책은 병산서원과 류성룡을 살핀 뒤 오늘의 공간에 전통 건축을 옮기는 문제를 다룬다.
유생돌정원과 '효래'에서는 학문과 수양을 상징하는 장치를 살펴본다. 성리학의 우주관에 따라 자연의 이치에 순응하려는 태도가 여러 공간을 연결한다.
◇ 전통의 재현을 넘어 오늘의 정원을 묻다
'경외와 생명'을 다룬 4부는 정원 속 생명의 시간과 인간이 돌아갈 자리를 살핀다. 정원의 쓰임을 경관 감상에만 가두지 않는 구상이다.
5부 '다시, 한국정원을 묻다'는 전통을 무조건 이상화하지 않으려는 고민을 담았다. 소박한 정원의 경관 아래 어떤 사상과 생활의 기억이 이어지는지 돌아본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책 말미에 '메덩골 한국정원의 미학'이라는 글을 보탰다. 유 관장은 원림·정사·별서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구현한 공간이라는 점을 짚는다.
부록에는 메덩골정원의 운영 방향과 조성 연혁을 정리했다. 정원의 13년 건립 과정과 각 장소의 의미를 함께 살피도록 구성했다.
△ 100년 만에 걷는 한국 정원/ 메덩골정원 지음/ 3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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