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 트로든' 표지 (이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풋 트로든'은 포르투갈의 오래된 포도밭과 양조장을 찾아가 와인을 만든 사람들의 삶을 기록한다. 와인 저널리스트 사이먼 J. 울프와 사진가 라이언 오파즈는 각 지역의 전통 양조법과 현대 생산자의 선택을 역사적 변화와 연결해 보여준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스페인에 비해 국제적으로 덜 알려진 포르투갈 와인의 역사가 책의 출발점이다. 포르투갈에는 오래된 토착 품종과 지역별 생산 방식이 남아 있지만 포트 와인 등 일부 이름만 널리 알려져 있다. 저자들은 대표 상품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와인을 둘러싼 사회적 조건을 탐색한다.
20세기 포르투갈의 독재와 국가 주도 농업정책은 와인 산업에도 흔적을 남겼다. 협동조합과 대량생산 체제가 강화되면서 생산량과 효율이 강조됐고 일부 지역의 품종과 방식은 주변으로 밀려났다. 1974년 카네이션 혁명 뒤에도 오래된 산업 구조가 한순간에 바뀐 것은 아니었다.
책 제목은 포도를 발로 밟는 전통적인 양조 방식에서 왔다. 도루 지역 등에는 돌로 만든 '라가르'에 들어가 맨발로 포도를 밟는 관행이 전해진다. 기계화가 확대된 시대에도 특정 산지와 생산자는 손과 발을 사용하는 방법을 지켜 왔다.
알렌테주에서는 커다란 점토 항아리 '탈랴'를 이용해 와인을 발효하는 기술을 살핀다.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방식으로, 한동안 낡은 기술로 취급되기도 했다. 최근 생산자들은 이 전통을 오늘의 지역 와인에 적용하며 과거의 방법을 새롭게 평가한다.
오래된 포도밭에 여러 품종이 뒤섞여 자라는 '필드 블렌드'도 주요 주제다. 균일한 생산 기준에서는 비효율적으로 여겨졌던 방식이지만 지역 고유의 특성을 보존하는 자산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젊은 생산자들은 토착 품종과 오래된 포도나무, 유기농과 바이오다이내믹 재배를 함께 실험한다.
저자들은 비뉴 벼르듯, 도루, 다웅, 바이라다, 알렌테주, 리스보아와 마데이라 등 여러 산지를 여행한다. 화강암 토양과 고지대, 섬의 극한 환경처럼 지역마다 다른 조건을 소개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농부와 양조자의 선택을 기록한다. 와인을 구분하는 지식과 생산자의 생활사를 한 권에 담으려는 구성이다.
이 책은 시음 요령이나 구매 목록을 제공하는 일반적인 입문서와 거리를 둔다. 포도밭을 지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전통과 혁신, 정치적 변화와 지역 공동체가 한 산업에서 어떻게 만나는지 보여준다. 오래된 생산 방식이 반드시 버려야 할 과거는 아니라는 질문이 포르투갈의 산지들을 이어 준다.
△ 풋 트로든/ 사이먼 J. 울프·라이언 오파즈 지음/ 김민재 옮김/ 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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