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비부터 냉면까지 서울 맛집 26곳…사대문 안 직장인이면 안 가본 집이 없을 수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4일, AM 10:03

'진짜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 표지 (중앙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진짜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는 서울의 오래된 식당과 새로 자리 잡은 음식점 26곳을 찾아간다. 송원섭 기자는 음식 맛만 평가하는 대신 조리법의 내력과 지역의 변화, 식당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살핀다.

선정 기준은 유명세나 별점이 아니라 오래도록 남았으면 하는 식당인가에 가깝다. 80년을 이어온 노포와 문을 연 지 5년쯤 된 신생 식당을 같은 기준으로 놓는다. 가격과 친절, 음식의 완성도에 관한 취향은 저마다 다르지만 다음 세대에게도 식사의 기억을 물려줄 만큼 오래 이어지길 바라는 공간을 기록하려는 시도다.

첫 부분은 서울의 고깃집을 다룬다. 조선옥의 구워서 나오는 소갈비, 진고개의 불고기, 만포만국수의 이북식 찜닭이 서로 다른 식문화의 출발점이 된다. 청춘구락부의 양구이와 꿩냉면, 다람의 돼지고기, 돈불리제담의 돔베고기, 금돼지식당의 바질쌈 삼겹살 등 전통 조리법과 재료를 달리 조합한 메뉴도 같은 장에서 만날 수 있다.

국수를 다룬 부분에서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 막국수가 장소의 역사를 끌고 나온다. 강서면옥과 흥남집, 부원면옥을 돌아보며 한 그릇에 담긴 평양과 함흥 등 지역마다 다른 면과 육수의 특색이 서울의 식당에서 어떻게 이어졌는지 살핀다. 고기리막국수와 손국시, 서령 같은 식당의 차이를 따라가면 비슷한 이름의 음식도 면을 뽑고 육수를 내는 방식, 식당에 드나드는 손님층에 따라 서로 다른 경험이 된다.

국물 음식에서는 대성집 도가니탕과 진주집의 소꼬리 요리, 부민옥 육개장이 등장한다. 무교동북어국집과 이남장, 은주정에서는 일하고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과 국·탕 한 그릇의 역사가 맞물린다. 설렁탕과 곰탕의 차이, 소꼬리의 굵은 부분을 가리키는 토막과 잔 조각의 쓰임새 등 음식 지식도 식당 이야기 안에서 풀어낸다.

마지막 부분은 청기와추어탕과 오시오의 병어, 서산꽃게의 게장, 영광굴비정식과 만리지화의 장어구이 등 여러 해산물 음식을 다룬다. 저자는 식재료의 산지와 조리법뿐 아니라 특정 음식점이 왜 그 동네에 남아 있는지에 관심을 둔다. 1980년대부터 외환위기, 2010년대 이후까지 외식 환경이 바뀐 과정도 각 부 사이에서 정리한다.

책에는 청춘구락부와 이남장, 진주집, 은주정 등을 꾸려온 사장들의 말도 실렸다. 진주집은 손님이 깍두기를 남기는 이유를 살피고, 이남장은 아이의 밥값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노동과 손님 응대의 원칙, 10년과 20년 넘게 변함없는 맛을 지켜온 노력과 메뉴판에 드러나지 않는 손맛이 식당의 지속성을 가르는 요소로 등장한다.

송원섭은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일하며 서울 곳곳의 식당을 취재해왔다. 이번 책은 중앙일보의 지식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한 '송원섭의 식판'을 다시 엮은 결과물이다. 26곳의 식당을 기록하는 일은 한 끼의 경험을 넘어 음식 문화를 지켜온 사람들의 노동과 도시의 변화까지 남기는 작업이다.

△ 진짜 잘하는 집을 안 가봐서 그래/ 송원섭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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