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레이 흑역사' 표지 (창비교육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4/뉴스1
'리플레이 흑역사'는 오디션에서 저지른 실수가 온라인에 반복해서 재생되며 학교생활을 뒤흔드는 18살 소녀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서혜듬은 실패를 지우려 애쓰던 지음표가 친구들과 부딪치며 과거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변화를 그린다.
4년 전 지음표는 할머니 몰래 기타를 들고 서울행 버스를 탔다. 차세대 가수를 뽑는 오디션 '넥스트 K-스타'에 출연했지만 기타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무대는 크게 실패했고, 그 장면을 편집한 영상은 조회 수 500만 회를 기록했다. 새 학기마다 영상을 들먹이는 누군가 자신을 알아보고 무례하게 말을 거는 일이 반복되자 음표는 과거 이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싸움까지 벌이게 된다.
온라인 채널 '박제소'는 탈락한 참가자들의 영상을 모아 놀림거리로 소비한다. 누군가에게 잠깐 재미있는 영상이 당사자에게는 몇 년 동안 이어지는 낙인이 된다. 음표가 삭제를 요청해도 영상은 다시 올라오고, 온라인에서 계속 재생되는 지난 영상이 당사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현재의 평판까지 좌우하고, 학교에서의 평범한 관계마저 어렵게 만드는 상황도 계속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디션장에서 음표의 기타를 빌려 갔던 김희오가 다시 나타난다. 음표는 오디션장에 빌려 간 자신의 기타를 돌려주지 않아 무대를 망쳤다고 여기지만 희오는 자신이 맡겼던 고장 난 기타부터 돌려달라고 요구한다. 복수할 마음으로 다가간 음표는 희오가 기타를 찾으려 애쓰고 위기에 처한 자신을 돕자 혼란에 빠진다.
희오와 재회한 뒤에는 오랫동안 외면한 노래의 기억도 되살아난다. 무대에서 망신당한 자신만이 아니라 누구보다 노래를 좋아하고 싱어송라이터가 되려고 밤낮으로 연습했던 시간도 분명히 있었다. 음표는 실패한 무대를 삭제하더라도 그때의 열정과 지난 4년까지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음을 돌아본다.
친구들이 지나가는 길도 저마다 다르다. 단짝 임주송은 청소년 시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떨어지면서도 계속 시를 쓰고, 선배 구승옥은 오랜 연습생 생활 끝에 아이돌 데뷔 대신 꿈을 내려놓는 길을 택한다. 같은 나이에 겪는 실패와 이별이라도 누구에게나 똑같은 결말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음표의 곁에는 거칠지만 손녀를 아끼는 할머니와 중고 음반 가게 '그늘'을 운영하는 무화 이모도 있다. 음악과 관계를 끊으려던 음표는 여러 사람을 만나며 자신에게 남아 있는 선택을 다시 살핀다. 소설은 청춘의 성장을 반드시 꿈의 성취와 연결하지 않고, 오랫동안 마음에 두었던 꿈을 내려놓고 다른 길을 찾는 일 또한 성장의 한 과정으로 다룬다.
서혜듬의 이번 작품은 창비교육 성장소설 시리즈의 18번째 책이다. 유튜브와 짧은 영상, 온라인 '밈'이 익숙한 환경에서 한 사람의 실수가 반복 재생되는 폭력을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과거를 삭제하는 대신 그 경험까지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스스로에게 실패라는 이름을 붙였던 시간을 다시 바라보는 일이 새로운 이야기의 첫머리가 된다.
△ 리플레이 흑역사/ 서혜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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