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의 탈출: 아관파천' (글마당 제공)
궁궐을 버린 채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숨겨야 했던 고종의 피신과 동학농민혁명에 얽힌 외세 침략의 역사를 정면으로 파헤친 김석균의 다큐멘터리 역사소설이 출간됐다.
이 책은 1895년 10월 일제의 만행으로 황후를 잃은 을미사변 직후, 생명의 위협에 몰린 고종이 1896년 2월 11일 새벽 러시아 공사관으로 탈출해 1년 동안 국정을 돌본 '아관파천' 상황을 촘촘히 복원했다.
책은 1장 '건청궁에 부는 겨울바람'부터 4장 '환궁'까지 총 4개 장에 걸쳐 구성돼 있다. 나라의 자주독립보다 왕권 보위에 급급했던 군주의 한계와 국제정세의 소용돌이를 입체적으로 담아냈다.
특히 1894년 동학농민혁명에 얽힌 역사의 역설을 날카롭게 짚어낸 대목이 눈길을 끈다. 탐관오리의 학정에 맞선 1차 봉기를 억누르려 조선 조정이 청나라 군대를 끌어들인 탓에 일본군 출병과 청일전쟁이라는 참극을 불렀다고 꼬집는다. 아울러 일제 침략에 맞서 일어난 2차 봉기의 성격을 명확히 가르고, 2026년 불거진 2차 봉기 참가자들의 독립유공자 서훈 논란에 대해서도 엄밀한 법적·역사적 기준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작가는 "나라의 존망이 걸린 위기에서 과연 군주가 왕권을 지키는 일과 나라를 지키는 일을 혼동하지 않았는지 되짚어야 한다"며 "듣기 좋은 기억만 취사선택할 것이 아니라 뼈아픈 역사의 이면까지 냉정하게 직시해야 진정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 왕의 탈출: 아관파천/ 김석균 글/ 3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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