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합시다' 표지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체조합시다'는 별다른 연고 없이 만나 잠시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의 관계를 비튼 형식으로 그린다. 김사사는 실수와 어긋남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서로의 과거를 일일이 묻거나 깊이 간섭하지 않고도 함께 지내는 모습을 일곱 편의 단편에 담았다.
표제작에서는 춤을 추다 무대에서 넘어진 사람이 오히려 넘어지는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마임 배우가 된다. 택기의 토끼탕집 주변에 모인 이웃들은 서로 동작이 맞지 않는 새천년체조를 하다가 배우 페도라의 움직임에 이끌린다. 박자도 자세도 제각각인 몸짓이 어느 순간 하나의 움직임처럼 겹쳐지는 장면은 저마다 다른 인물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면서도 획일적으로 행동하지 않는 이 소설집의 관계 방식을 드러낸다.
'싱크로나이즈드 클럽'에는 요통 때문에 누워 있으면서도 손바느질을 계속하는 인물이 나온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공통점만 있을 뿐 비슷한 사람들처럼 보이는 이웃들이 각기 다른 리듬과 생활 방식을 지닌 채 서로 스친다. 몸이 아프고 생활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는 결말보다 지금 할 수 있는 행동을 계속하는 태도가 앞선다.
'균형잡기'에서는 아픈 몸을 고치러 찾아간 접골원에서 연인이 생긴다. '모'에서는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두 청년이 함께 살고, '정원사'에서는 잡초가 무성한 정원을 관리하며 여러 사람이 한 계절을 보낸다. 이들의 만남은 가족이나 오랜 친구라는 이름이 없어도 사소한 일을 함께하고 헤어질 수 있는 느슨한 공동체를 만든다.
각 단편의 관계는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순간 다시 거리를 둔다. 상대가 어디에서 왔는지나 몇 살인지 묻지 않고 지내다가도 서로 다른 길을 택하면 별다른 설명 없이 헤어질 수 있다. 서로의 아픔과 묻어둔 사정을 어느 정도 눈치채더라도 과거를 낱낱이 알아야 관계가 성립한다고 여기지 않고, 그 과거를 억지로 캐묻지 않는 태도가 김사사 소설 속 이웃들의 방식이다.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의 인물은 퇴근 뒤 저수지에서 오리배를 타며 시간을 보낸다. '정원사'에서는 실직한 사람이 막막할 때 하늘 자전거를 탄다. 당면한 문제를 곧바로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엉뚱한 몸짓을 반복하는 일은 각자의 하루를 견디고 생활의 균형을 되찾는 방법이 된다.
마지막 수록작 '연말 극장'은 동네 극장의 송년회를 연극 형식으로 풀어낸다. 인물의 과거와 사건의 인과관계를 촘촘히 설명하는 대신 의도적인 공백과 비약, 과장과 반복으로 익숙한 사건의 진행을 뒤트는 작법이 여러 단편에 걸쳐 이어진다. 황예인 문학평론가의 해설은 서로 어긋나는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리듬에 주목한다.
김사사는 표제작으로 202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집에는 '체조합시다'와 '모', '정원사', '싱크로나이즈드 클럽', '균형잡기', '아무도 오지 않을 것이다', '연말 극장'이 묶였다. 이 소설들의 중심에는 삶이 뜻대로 풀리지 않아도 예기치 않은 일을 마주하고 서로 스쳐 지나가면서도 몸을 움직이거나 낯선 사람과 잠시 어울리면서 자기 방식으로 하루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다.
△ 체조합시다/ 김사사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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