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의 불빛과 올레길…박혜민이 되짚은 기억의 의미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5일, AM 10:02

'의미주의자' 정보그림 (심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의미주의자'는 지나간 일이 시간이 흐른 뒤에야 다른 뜻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기록한다. 박혜민은 기억과 사랑, 상실과 일상의 장면을 다시 살피며 당시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감정을 더듬는다.

저자는 어떤 일이 일어난 순간 곧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사람과의 관계가 달라지고 풍경이 바뀐 뒤 같은 장면을 다시 바라보면 전과 다른 감각이 드러난다.

이 책은 서울의 천변에서 바라본 불 켜진 창문, 마음을 정리하려 걸었던 올레길, 천문대의 밤처럼 구체적인 장소와 경험을 엮는다. 사랑과 후회를 한 가지 결론으로 단정하지 않는 방식이 중심에 놓인다.

20여 년간 글을 다듬은 편집자이자 인터뷰어인 박혜민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해왔다. 이번에는 그 시선을 자신에게 돌려 오래 마음에 남은 장면과 사람을 세 부분으로 나눠 기록했다.
'의미주의자' 정보그림 (심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 함께한 사람과 기억의 여러 얼굴
1부 '기억하고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와 가까워졌다가 멀어진 경험을 다시 들여다본다. '창문, 너머에는'과 '기억의 얼굴'처럼 일상적인 장면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병'과 '그런 나라서'에서는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관계의 기억에 미치는 영향을 살핀다. 슬픔을 서둘러 극복할 일로 만들기보다 그 감정이 머무는 시간을 바라본다.

'사랑의 허용값'과 '서로의 증인'에서는 관계가 남기는 흔적에 초점을 맞춘다. 서로 다른 마음을 한 가지 정의에 끼워 맞추지 않고 애틋함과 거리감을 함께 놓는다.

'힘껏 다툰 후'와 '나의 절대'에도 사랑의 모순적인 순간이 스며 있다. 저자는 관계가 지속되거나 끝나는 결과보다 그 시간을 살아낸 사람의 마음을 살핀다.
'의미주의자' 정보그림 (심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 멀어졌다 돌아오는 자리의 풍경
2부 '다시 찾는 자리'는 떠남과 돌아옴, 관계의 경계를 다룬다. '멀리, 곧게'와 '달아나도 다시'에서 한곳에 머물 수 없는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올레길을 오래 걸었던 경험은 모호한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몸짓으로 남는다. 공간을 옮겨도 마음이 곧바로 정리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 이어진다.

'맨발이 되어'와 '분주한 고요'는 멈추거나 속도를 낮추는 시간을 환기한다. 바쁜 행동 사이에서 오히려 자신이 붙잡은 감정을 돌아보는 시간을 그린다.

'글자의 집'과 '사이와 중점'에는 문장과 사람 사이에서 일해온 편집자의 시선이 드러난다. 말과 말 사이를 살피는 습관은 관계에서 쉽게 이름 붙이기 어려운 감정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 시간이 흐른 뒤 찾아오는 깨달음
3부 '어제와 내일 사이'는 바뀐 삶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펼친다. '변화의 속살'과 '생의 교차점'에서 이전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이 만나는 자리를 살핀다.

'늦어서 좋은 것들'은 오래전에 품은 소망의 응답이 먼 훗날 나타나기도 한다는 생각을 담는다. 즉각적인 해답보다 기다리고 익히는 시간에 무게를 둔다.

천문대에서 그믐밤의 하늘을 지켜본 경험도 기록에 등장한다. '그믐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시간에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을 되짚는다.

책의 마지막에는 사소한 몸짓과 향기, 사람의 얼굴처럼 잊기 쉬운 감각들이 이어진다. 박혜민은 삶을 단번에 해석하기보다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읽으며 의미에 다가간다.

△ 의미주의자/ 박혜민 지음
'의미주의자' 표지 (심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art@news1.kr

추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