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거 제너레이션' 정보그림 (허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슈거 제너레이션'은 설탕을 둘러싼 위기로 여성의 몸과 출산 정책까지 흔들리는 2039년을 그린다. 박소민 작가는 엄마와 두 딸의 엇갈린 선택을 따라가며 기후·식량 위기가 개인의 일상을 어떻게 압박하는지 묻는다.
소설 속 중동 전쟁으로 유가가 뛰자 설탕이 대체 연료로 쓰인다. 사탕수수 농장까지 전염병이 번지면서 설탕값이 폭등하고 사람들은 대체 감미료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몇 년 뒤 감미료의 축적이 생식 호르몬을 교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재난은 인구 문제로 번진다. 작품 속에서 가임 연령 여성의 3분의 1이 배란 장애를 겪고, 한국 정부는 여학생들의 난자까지 관리한다.
박소민의 첫 장편인 이 소설은 석사 과정에서 연구한 기후변화와 식량안보, 지역무역협정에 투병 경험을 결합했다. 국가적 위기의 거대한 숫자 뒤에 놓인 몸의 고통을 세 모녀의 갈등으로 구체화한다.
'슈거 제너레이션' 정보그림 (허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 감미료 위기와 난임 센터의 이진
큰딸 이진은 열여섯 살에 림프종을 앓고 난 뒤 월경이 멈췄다. 현재는 자신이 진료받는 난임 센터에서 일하며 출산 능력을 둘러싼 정책과 환자들의 사정을 가까이에서 본다.
항암치료를 겪은 이진은 감미료가 들어간 음식의 단내도 견디기 어렵다. 그러나 엄마는 감미료 식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마트를 운영하며 생계를 잇는다.
정책에 반대하는 단체 '에덴의 몸으로'는 엄마의 마트와 난임 센터 앞에서 시위를 벌인다. 이진은 다친 단체 회원을 도운 뒤 반대 운동과 연결되기 시작한다.
같은 재난 앞에서도 필요한 선택은 다르다. 난자 기증 정책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갈리고 이진은 몸과 직업, 가족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
◇ 가상 세계를 택한 동생과 정치인의 압박
동생 이솔은 육체를 떠나 가상 세계 '홈랜드'로 이주하겠다고 선언한다. 언니가 반대하는데도 몸을 동면시키는 불법 약물을 구하면서 자매의 갈등은 커진다.
정치인 여은경은 반대 단체를 추적하다 이진과 이솔의 사정을 알아낸다. 그는 동생을 지키려면 협력하라며 이진을 압박하고, 이진은 피하려던 정치적 충돌에 휘말린다.
베트남 국적인 이진의 친구 형주에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동성 연인과 한국에서 아이를 기르려는 계획이 해외 대리모 출생 아동의 국적을 제한하는 법에 가로막힐 위기에 놓인다.
이진에게 부당하게 보이는 난자 정책이 형주에게는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희망이기도 하다. 작품은 서로 다른 처지에서 나온 판단이 충돌하는 과정을 쉽게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슈거 제너레이션' 정보그림 (허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 돌봄을 가장한 통제와 가족의 균열
이진의 엄마는 딸의 치료비를 감당하기 위해 오래 일해온 인물이다. 그가 이제 이진을 압박하는 정치인을 지지하면서 과거의 돌봄은 현재의 강요와 맞부딪힌다.
어머니는 반대 단체를 적으로 여기지만 이진의 생각은 그들과 가까워진다. 가족을 떠나려면 자신을 간병하고 길러준 사람과의 관계까지 끊어야 한다는 딜레마가 남는다.
정부가 여성의 난자를 자원처럼 다루는 설정은 국가와 개인의 권력 관계를 드러낸다. 인구를 지킨다는 논리 아래 당사자가 자기 몸에 대해 결정할 권리는 뒤로 밀린다.
박소민은 2023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자신의 투병 경험을 반영한 첫 장편에서 그는 재난을 제도의 수치가 아니라 서로 다른 몸과 선택의 문제로 옮겨놓는다.
△ 슈거 제너레이션/ 박소민 지음
'슈거 제너레이션' 표지 (허블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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