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사람' 정보그림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낯선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산 배우자가 하루아침에 모르는 사람처럼 변한 경험을 되짚는다. 벨 버든은 20년간 이어온 결혼이 무너진 뒤 이혼과 상실을 통과하며 자기 목소리를 찾아간다.
회고록은 2020년 3월 미국에서 팬데믹이 시작되던 무렵의 전화 한 통에서 사건을 풀어낸다. 낯선 남자는 버든의 남편 제임스가 자기 아내와 불륜 관계에 있다고 알렸다.
남편은 외도를 인정하고 끝난 관계라고 말했지만, 다음 날 새벽 이별을 통보했다.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오랜 동반자로 믿던 사람이 이혼을 요구하자 버든의 일상은 무너진다.
결혼생활의 붕괴는 개인적인 슬픔에만 머물지 않는다. 가족과 사회가 여성에게 기대해온 아내의 역할, 재산 분할과 혼전계약서의 의미까지 얽혀 있음을 기록한다.
'낯선 사람' 정보그림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 전화 한 통 뒤에 끝난 오랜 결혼
외도를 알리는 전화를 받고도 버든은 남편에게 직접 확인할 기회를 줬다. 제임스는 처음에는 후회한다고 했지만 이튿날 자신이 결혼을 끝내겠다는 뜻을 밝혔다.
쉰 살의 버든은 오랜 결혼이 끝난 뒤 홀로 남았다. 남편은 아직 젊지 않느냐고 했지만, 삶의 바탕이 송두리째 달라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그가 기억하던 제임스는 가족을 돌보는 아버지이자 직업적으로 성공한 헤지펀드 매니저였다. 마서스빈야드의 여름 별장과 테니스 모임은 안정된 결혼생활을 상징하던 풍경이다.
이혼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사랑의 기억도 다시 검토하게 된다. 부부가 같은 시간을 살아왔어도 서로의 행복과 관계를 전혀 다르게 이해했을 가능성이 떠오른다.
◇ 혼전계약과 가족사가 드러낸 다른 현실
법적 절차에서는 혼전계약서와 재산 분할 문제가 부각된다. 부부의 결별은 감정의 문제인 동시에 미국 상류층의 재산과 권력이 얽힌 다툼으로 확장된다.
버든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구하면서도 타인의 동정 어린 시선에 맞선다. 중년의 이혼 여성을 실패한 아내로 바라보는 사회적 태도는 상실감에 또 다른 부담을 더한다.
그는 남편의 외도 앞에서 침묵해야 했던 어머니와 할머니의 과거도 떠올린다. 개인의 혼인 관계를 돌아보는 과정이 여성들이 배워온 순응의 규범을 되묻는 과정과 이어진다.
버든은 미국 밴더빌트 가문의 후손이라는 가족 배경 속에서 성장했다. 그러나 그에게 회복의 열쇠는 집안의 명성보다 자신의 판단을 스스로 말하는 능력이다.
'낯선 사람' 정보그림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 이혼 이후 자기 목소리를 되찾는 과정
버든은 혼자가 된 이후의 불안을 숨기지 않는다.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가 조금씩 일상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모습을 기록한다.
걷는 거리가 차츰 늘어나는 산책은 회복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해마다 둥지로 돌아오는 물수리의 모습도 끝난 관계와 다시 시작하는 삶을 비추는 소재로 등장한다.
이야기는 남편을 악인 한 사람으로 단순화하지 않는다. 제임스가 아이들의 아버지이며 오랫동안 자신에게 행복을 준 사람이었다는 사실과 이제 낯선 사람이라는 현실을 함께 받아들인다.
버든은 순종적인 아내에게 요구된 역할을 벗어나 자신의 말로 결혼과 이혼을 다시 정의한다. 관계가 끝난 뒤에도 자신은 독립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결론으로 나아간다.
△ 낯선 사람/ 벨 버든 지음/ 손백희 옮김
'낯선 사람' 표지 (은행나무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5/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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