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10채로 마을 조성…'K컬처스테이'로 지역 재생 모델 제시할 것"

생활/문화

이데일리,

2026년 November 05일, AM 11:31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지금까지는 빈집 한 채를 고쳤다면 이제는 마을을 만듭니다. 창업자가 살고 일하며 관광객이 찾아와 머무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서 새로운 지역경제가 돌아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제주의 낡은 빈집을 감성 숙소로 탈바꿈시켜 주목받았던 ‘다자요’가 마을 단위 재생사업에 도전한다. 빈집을 고쳐 관광객에게 빌려주는 숙박사업에서 벗어나 창업과 주거, 관광을 결합한 지역재생 모델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배우와 가수 등 유명인의 취향을 담은 숙소로 팬덤 관광객을 유치하고 마을 내 소비와 창업을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남성준(사진) 다자요 대표는 최근 인터뷰에서 “빈집으로 시작했지만 빈집에만 머물 생각은 없다”며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회사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 (사진=오희나 기자)
남성준 다자요 대표 (사진=오희나 기자)
◇“빈집 한 채 아닌 마을 전체를 재생”

다자요가 추진하는 제주 조수리 프로젝트는 빈집우선정비구역 내 빈집 15채 가운데 10채를 재생하는 사업이다. 창업 공간 2채, 이주 창업자를 위한 주거시설 2채, 숙박시설 6채로 조성한다. 2027년 5채를 시작으로 2028년 나머지 5채를 순차적으로 개장할 계획이다.

창업 공간에는 업무와 법인 주소지 등록이 가능한 오피스형 카페, 빨래방과 소규모 목욕탕을 결합한 공동시설이 들어선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협력해 마을에 거주할 창업자를 선정하고, 숙박시설은 관광객의 장·단기 체류뿐 아니라 기업 복지시설로도 활용한다.

핵심은 각각의 공간이 하나의 경제 생태계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숙소에서 발생하는 침구 세탁 수요는 마을 빨래방의 매출이 되고, 제주에 거점이 필요한 기업은 오피스형 카페를 활용하는 구조다. 관광객이 숙소에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 내 소비로 이어지도록 설계했다.

관광객 유치 전략도 차별화했다. 배우 류승룡과 가수 겸 배우 권유리 등이 숙소 기획에 참여해 자신의 취향을 공간에 담는다. 유명인의 팬덤을 지역 방문 수요로 연결하는 ‘K컬처스테이’ 구상이다. 남 대표는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의 취향이 담긴 집이라면 그곳에 머물기 위해 기꺼이 먼 길을 찾아올 수 있다”며 “머물 이유와 머물 곳이 함께 있는 마을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사업비 조달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다자요가 직접 자금을 투입해 빈집을 고쳤지만 조수리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민간이 마련한 사업비로 공간을 조성하고 다자요는 기획과 운영을 맡는다.

다자요가 유명인과 협업한 숙소에 주목하는 것은 실제 운영 성과 때문이다. 류승룡이 기획에 참여한 ‘하천바람집 안거리’는 다자요 숙소 가운데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2023년부터 3년 연속 전체 평균보다 높은 가동률을 기록했다. 2024년 가동률은 76%로 전체 평균(63%)보다 13%포인트 높았다.

외국인 관광객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올해 에어비앤비에 올라온 외국어 후기는 이미 지난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오래된 제주 가옥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현대적인 편의시설을 갖춘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외국인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오래된 집인데 편하다’는 것”이라며 “지방관광을 활성화하려면 접근성 개선과 함께 먼 길을 찾아갈 이유, 편히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에 막힌 빈집 재생…위탁운영으로 돌파구

다자요의 출발은 거창한 지역재생 계획이 아니었다. 제주 출신인 남 대표는 서울에서 10년간 요식업에 종사하다 고향으로 돌아와 2015년 숙박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플랫폼 개발이 늦어지고 자금이 바닥나자 직접 숙소를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틀었다. 집을 구입하거나 임대할 자금조차 없어 집주인에게 빈집을 10년간 무상으로 빌려 달라고 설득했다. 다자요가 리모델링해 숙박시설로 운영한 뒤 계약기간이 끝나면 소유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이었다.

사업은 혁신적인 모델로 주목받았지만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농어촌민박 관련 규제에 막혀 2019년 5월 영업을 중단했다. 2020년 9월 규제샌드박스 실증특례를 받았지만 기존 숙소에 특례가 소급 적용되지 않는 등 제약이 뒤따랐다. 첫 숙소를 다시 연 것은 2022년 1월로 숙박 매출이 끊긴 기간만 2년 8개월에 달했다.

남 대표는 “규제를 기다리는 동안 회사가 늙어 버렸다”며 “실증을 통해 제도를 바꾼 기업이 정작 법이 만들어진 뒤에는 후발기업과 같은 출발선에 서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건축비 상승까지 겹치면서 다자요는 직접 투자하는 방식에서 공간 기획과 위탁운영으로 사업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현재 제주에서 운영 중인 주택은 9채, 예약 가능한 숙소 단위로는 11곳이다. 2022년 10억 원을 넘었던 영업손실은 2025년 2억 3000만 원대로 줄었다.

앞으로는 공간 기획과 위탁운영, 브랜드 로열티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LG전자·일룸 등과 협업해 숙소를 제품 체험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지역 생산자의 제품을 숙소에서 경험하고 구매까지 연결하는 커머스 사업도 준비 중이다. 사물인터넷(IoT) 기반 숙소 관리 기술을 중소형 숙박시설에 구독형 서비스로 제공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규제 실증 과정에서 기업이 부담한 비용 일부를 제도화 이후 보전하는 ‘규제실증 성과보상제’ 도입도 제안하고 있다. 실증은 기업의 몫이고 제도화 시 성과는 국가가 가져가는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주장이다.

남 대표는 “빈집으로 시작했지만 빈집에만 머물 생각은 없다. 사람들이 머물고 싶어 하는 공간이라면 숙박이 아니어도 된다”면서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사람들이 어떤 경험을 할 수 있느냐”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수리에서 집 한 채를 넘어 마을 하나를 바꾸는 사례를 만들고 위탁운영과 브랜드 로열티 전략, 그리고 배우와 가수들이 함께하는 ‘K컬처스테이’로 지역 재생의 성공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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