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돌프 삭스 (출처: 미상Unknown author,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1814년 11월 6일, '색소폰'을 세상에 내놓은 아돌프 삭스가 벨기에 디낭에서 태어났다. 악기 제작자였던 아버지의 공방에서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관악기 구조를 익힌 그는 일찌감치 금속과 나무 관악기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음색 창조에 몰두했다.
삭스의 유년기는 기적의 연속이었다. 건물 3층 높이에서 떨어져 머리를 다치고, 화약 폭발과 독극물 음용, 불타는 난로 위로 추락하는 등 숱한 치명적 사고를 겪고도 살아남았다. 죽음의 문턱을 거듭 넘나든 질긴 생명력은 훗날 그가 완전히 새로운 악기를 개발하고 평생에 걸친 특허 분쟁을 견뎌내는 집념의 밑바탕이 됐다.
파리로 건너간 삭스는 금관악기의 폭발적인 음량과 목관악기의 섬세하고 유연한 표현력을 결합한 악기 개발에 나섰다. 금속 관체에 싱글 리드를 결합해 1846년 마침내 특허를 획득한 '색소폰'은 프랑스 군악대에 도입되며 유럽 전역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는 "그 어떤 악기와도 비교할 수 없는 장엄하고도 애절한 소리"라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질투와 시련이 도사렸다. 기득권 악기 제작자들의 악의적인 특허 무효 소송과 음해, 위조품 범람 탓에 삭스는 수차례 파산의 쓴맛을 보았다. 혁신적인 악기를 탄생시키고도 말년에는 지독한 빈곤에 시달리던 그는 1894년 파리에서 쓸쓸히 눈을 감았다.
삭스의 발명품이 진정한 황금기를 맞이한 곳은 미국이었다. 20세기 초 뉴올리언스를 중심으로 태동한 재즈는 색소폰의 거칠면서도 따뜻한 음색을 만나 날개를 달았다. 찰리 파커와 존 콜트레인의 손끝을 거치며 색소폰은 억압받던 이들의 고뇌와 환희를 대변하는 20세기 현대 음악의 상징적인 악기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아돌프 삭스가 남긴 것은 단순한 악기 하나가 아니라 고정관념을 깨뜨린 창의적 융합의 유산이다. 금속과 나무, 규율과 자유가 맞닿은 지점에서 울려 퍼지는 색소폰의 음률은 20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인간의 가장 깊숙한 고독과 열정을 생생하게 어루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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