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나쁜 남자가 아니었다…진화심리학에서 찾은 성적 갈등의 기원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7일, AM 06:25

'나쁜 남자의 기원' 표지 (사이언스북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7/뉴스1

'나쁜 남자의 기원'은 남녀의 성적 갈등과 폭력이 발생하는 배경을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데이비드 버스는 짝짓기 전략의 차이가 어떤 갈등을 낳는지 살피면서 그 원인을 이해하는 일이 잘못된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남녀가 관계에서 원하는 것과 상대의 행동을 해석하는 방식이 늘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차이는 질투와 기만, 통제처럼 친밀한 관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성적 갈등을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설명하지 않고 행동이 작동하는 심리적 조건까지 따지는 게 출발점이다.

책은 짝짓기 시장에서 나타나는 매력의 불일치와 성적 의도에 대한 과도한 지각을 검토한다. 상대가 보낸 신호를 실제보다 더 적극적인 관심으로 읽거나 반대로 관계를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놓치는 상황이 갈등의 출발점이 될 수 있으며, 이런 인지적 편향이 반복될 때 어떤 행동과 피해가 뒤따르는지 살핀다. 짧은 관계를 추구하는 전략과 장기적인 헌신 및 양육을 중시하는 전략도 함께 설명해 한 성별의 행동을 단일한 본성으로 환원하는 해석은 경계한다.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는 질투와 외도,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을 다룬다. 상대를 감시하거나 관계를 붙잡으려는 행동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그 과정에서 누가 어떤 피해를 겪는지를 구분한다. 상대의 자유를 침해하는 통제와 폭력을 관계 유지의 당연한 수단으로 보지 않는다.

스토킹과 동의 없이 유포되는 성적 이미지, 성희롱과 성적 강압도 분석 대상이다. 책은 버림받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상대를 추적하는 동기와 피해자가 겪는 신체적·정신적 손상, 폭력을 지속시키는 조건을 나눠 살피며, 대응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 사회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논의를 확장한다.

현대의 환경 역시 중요한 변수다. 데이팅 앱과 온라인의 익명성, 여성 혐오를 앞세운 일부 집단의 행동은 오래된 심리적 경향이 새로운 조건과 만나는 사례로 등장한다. 책은 이를 '진화적 불일치'라는 개념과 연결해 해석한다.

버스는 '욕망의 진화'와 '진화 심리학' 등을 집필하며 인간의 짝짓기 전략과 성 갈등을 연구해 왔다. 이번 책은 문화권을 가로지르는 연구와 폭력 피해에 관한 논의를 연결하고, 미투 운동 이후 성희롱·성폭력을 둘러싼 제도적 대응이 왜 필요한지를 함께 생각하도록 구성했으며, 온라인 데이팅 등 환경 변화도 검토한다.

진화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는 성향과 실제 행동에 대한 개인·사회의 책임은 별개의 문제다. 저자는 상대에 대한 존중과 장기적 관계에 대한 헌신 역시 인간 행동의 중요한 가능성으로 다룬다. 성적 갈등의 원인을 따지는 분석이 예방과 대응의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제를 남긴다.

△ 나쁜 남자의 기원/ 데이비드 버스 지음/ 우상권 옮김/ 4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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