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시대의 병목…광물보다 정련이 문제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7일, AM 06:25

'광물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표지 (시크릿하우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7/뉴스1

'광물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는 전기차와 반도체를 움직이는 핵심광물이 국가 간 경쟁의 수단이 되는 과정을 살핀다. 박준혁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광산의 매장량보다 정련·가공·운송의 병목이 산업을 흔들 수 있다고 분석한다.

2026년 봄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유 정제 부산물인 황의 공급이 불안해졌다. 황으로 만드는 황산은 니켈과 구리, 코발트를 광석에서 추출하는 과정에 필요한 원료다. 광산이 멀쩡해도 공정에 필요한 물질이 부족하면 금속 생산이 위협받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황산 공급 문제는 인도네시아 니켈 정련소와 아프리카의 구리·코발트 생산 현장에 영향을 줬다. 칠레에서는 필요한 물량을 먼저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대응 여건이 엇갈렸는데, 광산에 채굴할 원석이 남아 있어도 생산 공정의 특정 화학물질을 구하지 못하면 최종 금속 공급이 멈출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광물의 매장량만 확인하는 방식으로는 채굴과 정련, 제품 제조 사이에 숨어 있는 취약한 연결 지점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전기화가 진행될수록 광물의 쓰임은 넓어진다. 풍력 발전에는 영구자석 원료가 필요하고 전력망에는 구리와 알루미늄, 배터리에는 리튬과 니켈 및 흑연이 들어간다.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갈륨과 게르마늄, 형석 같은 자원까지 살펴야 공급망의 전체 구조를 볼 수 있다.

리튬과 코발트, 희토류뿐 아니라 인과 우라늄 등 각 광물의 쓰임과 생산 과정을 구분해 다룬다. 특히 갈륨과 게르마늄은 다른 금속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소량 회수되는 부산물이어서, 해당 금속을 많이 채굴하는 것보다 미량의 원소를 분리하고 고순도로 정제하는 기술과 시설을 누가 보유했는지가 더 중요한 변수로 등장한다. 구리와 알루미늄은 전력망에 대량 사용되며 형석은 반도체 제조 공정과 연결되는 만큼 자원별로 서로 다른 공급 위험을 살펴야 한다.

두 번째 축은 자원 생산국과 가공국의 지정학이다. 중국의 정련 능력, 인도네시아의 니켈 원광 수출 제한, 남미의 리튬·구리 생산 구조를 나란히 살핀다. 광물 자원이 부족한 한국과 일본의 대응, 광산에서 가공 산업으로 확장하려는 호주의 움직임도 함께 다룬다.

한국의 핵심광물 지정 현황도 별도로 담았다. 책은 2026년 9월 23일 산업통상부 제6차 자원안보협의회에서 확정한 계획을 반영해 기존 38종에 인·형석·게르마늄 및 희토류 10종을 추가한 총 51종의 목록을 정리하고, 각각의 산업적 용도와 공급망에서 막히기 쉬운 지점을 표로 비교한다. 광물별 정책을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생산국과 가공국이 다르거나 특정 기술에 의존하는 경우를 나눠 관리해야 한다는 문제와 연결된다.

전작 '핵심광물 공급망 전쟁'에 이어 이번에는 광물별 특성과 지역별 이해관계를 더 세분화했다. 전기에 대한 의존이 커질수록 생산 능력뿐 아니라 가공과 운송의 어느 단계가 막힐 수 있는지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이다. 에너지 전환이 곧 자원 의존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아니라는 점을 짚는다.

△ 광물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박준혁 지음/ 33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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