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인은 지구에 오지 않는다' 표지 (상상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8/뉴스1
이중현의 동시집 '외계인은 지구에 오지 않는다'는 검색 알고리즘과 배달 앱, 스마트폰이 익숙한 어린이들의 일상을 시로 옮겼다. 기계와 사람 사이에 생기는 거리뿐 아니라 기술을 매개로 새롭게 이어지는 관계도 함께 다룬다.
밤하늘의 별은 '맛집'에서 배달 앱의 별점으로 바뀐다. 친구와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은 '정기 구독'이라는 디지털 서비스의 말로 표현된다. 어른에게 익숙한 생활용어가 어린이의 상상 속에서는 전혀 다른 장면을 만드는 소재가 된다.
첫 부분 '하늘이 최고 맛집'에는 검색과 택배, 무인 주문기, 셀프 주유소, 셀프 식당 같은 풍경이 등장한다. 어린이가 직접 겪는 주문과 검색, 배달의 경험을 시적 상황으로 바꾸면서 서비스에 붙은 이름과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 사이의 간격을 살피고, 익숙한 표현이 다른 의미로 들리는 순간을 포착한다. 편리함을 제공하는 기술을 특별한 미래로 묘사하기보다 이미 일상에 들어온 기기와 말들이 어린이의 시선에서 어떻게 새롭게 보이는지 드러내는 구성이다.
두 번째 부분은 가족과 친구 사이의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스마트폰과 이모티콘, 벨 소리와 검색창은 단순한 기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말을 건네는 통로가 된다. 화면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형제의 모습도 관계를 표현하는 한 방법으로 그려진다.
반대로 '무인 주문기'와 '무인 계산대'에는 기계가 사람의 자리를 대신할 때 생기는 불편과 소외가 담겼다. '스마트폰 단식'은 지나친 기기 사용과 거리를 두는 경험을 다루고 '인공지능 시인'은 시 쓰기와 자동화의 관계를 생각하게 하면서, 기술을 사용하는 일이 늘 자유와 편리함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새 장치가 생길수록 사람이 서로 직접 말을 걸 기회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묻는 장면들이 기계를 말벗으로 활용하는 다른 작품들과 대비된다.
인공지능도 여러 시에 등장한다. '인공지능 시인'에서는 시 쓰기와 기계의 관계를, '효도 대장'에서는 홀로 지내는 할머니의 말벗이 된 기술을 살핀다. 기계가 사람의 관계를 모두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자리를 채우는지 질문한다.
후반부에는 노을과 구두 한 짝, 단추와 빨래집게, 단풍과 고양이 같은 소재가 이어진다. '손전등이 되었습니다'와 '고양이는 잔소리 안 해'에 해당하는 시편들은 기계와 서비스에 대한 관심에서 벗어나 주변 물건과 동물, 계절의 변화를 관찰하며 익숙한 이름에 새로운 의미를 붙이며 일상적인 장면을 뜻밖의 시적 상황으로 바꾼다.
이번 동시집은 오늘의 어린이가 살아가는 생활 전체를 보여주면서 독자의 현실에 이미 들어와 있는 단어와 기기를 소재로 택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어린이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진 만큼 시가 바라보는 세상의 풍경도 함께 달라진다. 이중현은 그 변화 속에서도 다른 사람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을 놓치지 않는다.
△ 외계인은 지구에 오지 않는다/ 이중현 지음/ 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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