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부터 정영진까지…'스피커'의 권력과 책임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8일, AM 06:25

'시대의 딜레마, 한국의 스피커들' 표지 (인물과사상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8/뉴스1

'시대의 딜레마, 한국의 스피커들'은 한국의 공론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인물들의 말과 활동을 비평한다. 지승호는 대중의 공감을 얻는 화법이 여론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검증과 자기 성찰의 책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핀다.

대중은 복잡한 사건을 이해할 때 신뢰하는 해설자의 언어에 기대곤 한다. 그러나 선명한 설명이 늘 충분한 근거를 뜻하지는 않는다. 특정한 사람의 해석이 반복적으로 공유되면 그 해석 자체가 공적 판단을 좌우하는 힘으로 작동할 수 있다.

유시민을 다룬 장에서는 논리와 감정의 관계를 검토한다. 대중이 논리적으로 정리된 설명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어떤 사실이 검증됐고 어떤 부분은 해석에 해당하는지 살피며, 원래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는 논증이 오히려 자신이 속한 진영의 감정을 강화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은 아닌지 묻는다.

김어준에 관한 장은 의혹을 제기하는 능력과 검증 책임을 함께 다룬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화법이 대중을 결집시키는 과정과 그 과정에서 만들어진 프레임의 영향력을 살펴본다. 질문을 던진 사람이 자신의 주장도 확인해야 하는지에 논의가 집중된다.

진중권을 다룰 때는 비판의 기준과 비판 대상이 바뀌는 문제를 검토한다. 황우석 사태와 영화 '디워' 논쟁, 조국 사태 등을 주요 변곡점으로 삼아 한 논객이 대중 앞에서 어떤 방식으로 논쟁에 참여했는지 살피고, SNS가 일상의 소통 공간이 되면서 논객의 발언이 즉각적으로 확산되는 환경도 함께 다룬다.

최욱에 관한 장에서는 풍자와 분노 사이에서 진행자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묻는다. 정치적 사건을 유머로 풀어내는 방식이 청중에게 어떤 효과를 낳는지 살피는 구성이다. 의도했던 웃음과 실제 발언의 결과가 언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지를 검토한다.

정영진의 사례에서는 다른 사람의 확신을 의심하는 태도가 스스로에게도 적용되는지 되묻는다. 토론을 진행하는 사람이 모든 답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기보다 어떤 전문가에게 말할 기회를 줄지, 의견이 맞서는 사람의 설명을 어떻게 들을지 결정하는 권한에 주목하고, 청중의 믿음 역시 스피커의 영향력을 키우는 요소로 살핀다.

이 책은 개별 인물의 발언을 하나의 진영으로 묶어 판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화법과 영향력을 비교한다. 공론장은 해설자뿐 아니라 그 말을 듣고 공유하는 사람들의 선택으로도 만들어진다. 타인의 확신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근거를 확인하는 시민의 역할을 마지막 질문으로 남긴다.

△ 시대의 딜레마, 한국의 스피커들/ 지승호 지음/ 24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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