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삶을 받아들여라…언어학자 지셴린의 문장들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8일, AM 06:25

'시간이 지나고 보면 괜찮지 않은 것이 없다' 표지 (향기책방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8/뉴스1

'시간이 지나고 보면 괜찮지 않은 것이 없다'는 중국의 언어학자 지셴린이 오랜 생애 동안 남긴 삶의 성찰을 묶었다. 전쟁과 정치적 격변, 이별과 상실을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묻는다.

나이가 들면 걱정이 줄어들고 삶이 한결 편안해질 것으로 기대하기 쉽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에는 이루지 못한 일과 후회가 남고, 앞으로 살아갈 날에 대한 불안도 생긴다. 지셴린은 완벽한 삶을 기대하는 마음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과 문화대혁명을 통과했다. 시대적 격변과 개인적인 어려움 속에서도 학문을 이어가 언어학자로 활동했고, 이후에는 긴 시간을 살아오며 무엇을 얻고 잃었는지 돌아보는 글을 남겼는데 성공과 실패를 서로 분리된 경험으로 보지 않는 태도가 글의 중심에 있다. 인간이 처음부터 완전한 길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생각은 젊은 시절에 세운 계획과 노년의 현실 사이에 생긴 차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이어진다.

첫 장 '달기만 한 인생이 어디 있으랴'에서는 불완전함을 삶의 조건으로 받아들인다. 칭찬과 비난, 건강과 병, 죽음을 앞둔 순간까지 인간이 마주하는 변화가 글의 소재다.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자신의 태도를 어떻게 지킬지에 초점을 맞춘다.

두 번째 장은 초심과 사람됨, 삶의 의미를 살핀다. '백 년을 돌아보며', '다시 공부를 한다면', '어느 늙은 지식인의 말' 같은 글에는 많은 세월을 보낸 뒤 자신의 선택을 다시 검토하는 시선이 담겼으며, 단지 어떤 자리에 올랐는지보다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 되묻는 질문이 반복된다. 계획했던 성취를 이루지 못한 순간을 실패로만 평가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지켜 온 가치가 무엇인지 돌아보는 자세가 핵심으로 드러난다.

책의 중간에서는 남은 시간과 일상의 사소한 기억을 돌아본다. 남극에서 가져온 식물이나 일상에서 마주친 물건처럼 작은 소재도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 지나고 나면 무게가 달라지는 일들이 있다는 사실을 생활 속의 장면으로 풀어낸다.

관계와 이별을 다루는 장에는 어머니와 친구, 스승, 오랜 시간 함께했던 고양이에 관한 글이 실렸다. 특히 지나간 사람을 떠올리는 기억은 시간이 흐르면서 의미가 달라지는 경험으로 등장하며, 마지막 장에서 꽃과 나무, 구기자나무와 소래풀, 기차에서 마주한 일출을 관찰하는 시선도 이와 맞물린다. 삶의 큰 사건뿐 아니라 사소한 자연 풍경과 생활의 흔적이 오래 남는다는 사실을 통해 사람과 사물에 대한 기억이 시간이 지나며 어떤 의미로 남는지 되짚으며 무엇을 소중한 것으로 간직할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지셴린의 결론은 고통이 사라진다는 약속이 아니다. 뜻하지 않은 사건이 생기고 관계가 달라지는 일은 피할 수 없지만 매 순간을 자신의 실패로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완전함을 목표로 삼는 대신 불완전한 삶과 함께 지내는 태도를 강조한다.

△ 시간이 지나고 보면 괜찮지 않은 것이 없다/ 지셴린 지음/ 284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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