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줄짜리 '섬'에서 '방문객'까지…정현종 시선집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8일, AM 06:24

'섬' 표지 (문학과지성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8/뉴스1

'섬'은 정현종의 시와 직접 그린 그림, 만년필로 쓴 시편을 함께 수록한 시선집이다. 2009년 처음 나온 책에 시 8편을 더한 개정·증보판으로, 고독과 고통을 다루던 시인의 관심이 생명과 사랑, 환대로 확장된 흐름을 담았다.

정현종의 시 가운데 '섬'은 단 두 줄로 이루어져 있다. 짧은 행간에 사람 사이의 거리와 만남에 대한 사유를 담은 작품이 표제가 됐다. 시선집에는 간결한 시부터 비교적 긴 작품까지 서로 다른 시기의 언어가 나란히 실렸다.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은 어려움 속에서도 다시 솟아오르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은 쉽게 지나치는 일상의 시간을 생명이 피어나는 순간으로 바라보고, '방문객'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삶에 들어오는 일이 지닌 무게를 생각하게 하는 등 독자에게 널리 알려진 작품들이 나란히 놓였다. 선집에 실린 시들은 분량과 호흡이 서로 달라도 상처와 외로움을 넘어 다른 존재와 교감하려는 시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시인은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초기 작품에서는 불안과 고독, 인간 존재가 겪는 고통을 깊이 살폈다. 이후 자유와 생명, 사랑과 환대가 주요 주제로 확장됐지만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으려는 감각은 계속 나타난다.

수록작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나',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교감' 등은 사람을 만나는 일이 자신의 세계를 넓히는 경험이라는 생각을 담는다. '사물의 꿈 1-나무의 꿈'과 '세상의 나무들', '이슬'처럼 자연을 소재로 한 작품에서는 사물과 생명을 따로 놓지 않고 바라보는 태도가 나타나며, 사회와 예술을 성찰하는 다른 시편들과 함께 실려 주제의 폭을 넓힌다. 어떤 시는 강한 이미지로 삶의 역동성을 전하고 어떤 시는 짧은 문장 사이에 여백을 남겨 독자가 스스로 관계의 의미를 생각하도록 한다.

이번 판본에는 시인이 쓴 손글씨와 그림이 함께 들어갔다. 인쇄된 시만 읽을 때와 달리 글자 획의 리듬과 그림의 배치를 통해 창작자의 흔적을 볼 수 있다. 새로 추가한 작품들은 기존 선집이 나온 뒤의 시 세계를 함께 살필 수 있도록 한다.

시선집 말미에는 각 시의 출전을 실어 작품들이 어디에서 발표됐는지 확인할 자료를 남겼고, 수록된 시인의 자필과 그림은 인쇄된 시구와는 또 다른 감상의 단서를 제공한다. 시집의 주제인 환대가 추상적인 표어에 머물지 않고 고통을 겪는 구체적인 존재를 향해 뻗어가는 모습이 여러 시기 작품을 통해 드러난다.

2009년 열림원에서 나온 선집은 2015년 문학판에서 다시 출간됐다. 문학과지성사의 이번 개정판은 여기에 시 8편과 자필 원고, 그림을 더해 시인의 언어와 시각적 표현을 함께 보여준다. 반세기 넘게 이어진 시작 활동을 한 권으로 따라가는 구성이다.

△ 섬/ 정현종 지음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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