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지도와 SNS로 전쟁범죄 추적…벨링캣의 공개정보 탐사

생활/문화

뉴스1,

2026년 November 08일, AM 06:38

'벨링캣' 표지 (뉴스타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11.8/뉴스1

'벨링캣'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개 자료로 사건의 진상을 추적한 탐사보도 단체의 실제 조사 사례와 활동을 기록한다. 창립자 엘리엇 히긴스는 조사 과정과 증거를 독자에게 공개하는 방식을 짚는다.

전문 첩보 장비가 없어도 사건의 흔적을 추적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올라온 게시물과 유출 데이터베이스, 공개 위성사진은 조사 단서가 되고, 여러 기록을 함께 살피면 각각의 자료가 지닌 한계를 파악할 수 있다. 핵심은 단서 하나를 곧바로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서로 다른 자료의 일치 여부를 따져 보는 데 있다.

출발점에는 리비아의 소도시 브레가가 있다. 히긴스는 영국 레스터의 작은 사무실에서 브레가의 거리와 건물을 종이에 직접 그려가며 조사의 실마리를 찾았다. 인터넷에서 확보한 단편적인 정보를 실제 장소와 연결하려는 초기 작업이 이후 디지털 공간의 사진과 지도, 기록을 맞춰 보는 조직적인 조사로 이어졌다.

조사 기술도 구체적이다. 사진과 영상 속 지형이나 건물의 위치를 찾아 촬영 장소를 좁히는 '지오로케이션', 주변 정황을 살펴 촬영 시점을 따지는 '크로노로케이션'이 대표적이다. 사진이 보여주는 장소와 촬영 시간을 별도로 검토한 뒤 서로 다른 기록이 같은 사건을 가리키는지 교차 확인하는 절차도 함께 다룬다.

벨링캣이 다룬 사례에는 영국에서 발생한 스크리팔 독살 사건이 있다. 용의자의 신원을 밝혀내기까지 온라인에 남은 자료를 모으고 비교한 과정이 실렸다. 러시아의 이른바 '암살단'을 둘러싼 추적도 나오며, 개인이 익힌 조사 기법이 복잡한 국제 사건의 인물과 정황을 특정하는 데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따라간다.

작은 인터넷 조사 모임으로 출발한 벨링캣은 18명이던 팀에서 30명이 넘는 인원이 활동하는 조직으로 커졌지만, 공개 자료를 분석한다는 출발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조직의 이름은 쥐들이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자고 의논하지만 아무도 실행하지 못한다는 우화에서 따왔다. 남들이 꺼리는 일을 맡는다는 뜻으로, 원제의 '우리'에는 조사에 참여할 일반 시민도 포함된다.

2021년 영국에서 먼저 나온 원서의 한국어판에는 한국 독자를 위해 새로 쓴 서문도 실렸다. 서문은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영상과 딥페이크에 얽힌 일화를 짚으며, 인터넷 연결이 촘촘할수록 공개정보를 활용할 기회와 허위정보 확산 위험이 함께 커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만큼 뉴스와 온라인 자료의 진위를 다른 근거와 대조하며 직접 검증할 시민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책은 '노트북으로 일으킨 혁명', '벨링캣의 탄생', '사실의 방화벽', '고양이를 잡은 쥐들', '다음 단계' 순으로 활동과 방법론을 따라간다. 결론은 조사 결과뿐 아니라 원자료와 확인 절차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급진적 투명성'이다. 정보의 출처를 감춘 결론을 믿게 하기보다 검증할 자료를 내놓고, 독자가 증거를 직접 확인하고 어떤 설명이 타당한지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는 원칙을 강조한다.

△ 벨링캣/ 엘리엇 히긴스 지음/ 임보영 옮김/ 340쪽

ar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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