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영양제 성분 미달 논란…업체들 황당한 '해명'에 분노 확산

경제

뉴스1,

2025년 4월 25일, 오후 04:25

영양제를 먹이는 보호자와 강아지(사진 이미지투데이) © 뉴스1
지난 15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반려동물 영양제 유효성분 함량 조사 결과가 공개된 지 열흘이 지났다. 조사 결과, 일부 제품에서 표기된 기능성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거나 기준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소비자들의 충격과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해당 제품을 판매한 업체들은 어떤 대응을 하고 있을까.

일부 업체는 자체 시험성적서를 공개하고 제품 판매를 중단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일부는 납득하기 어려운 해명으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보장 함량이 아니라 제조 시 투입량을 적은 것"이라거나 "조사 대상이 리뉴얼 전 제품 같다"는 식의 해명에 실망감을 드러내는 보호자들이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수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를 내세워 신뢰를 강조했던 제품들도 있어, 소비자 불신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설계 함량일 뿐이다?"…소비자들 "황당한 해명"
24일 업계 등에 따르면 약학박사가 만든 반려동물 영양제로, '강아지 관절 영양제 1위'를 내세운 A사의 제품은 글루코사민 표시량이 30㎎/g이었으나, 실제 조사에서는 2㎎/g으로 나타났다. 표시 대비 실제 함량이 8%에 불과한 셈이다.

이에 소비자들이 고객 게시판에 항의하자 A사는 "표기된 수치는 제조사 측에 의뢰한 설계 함량"이라며 "제조 과정에서 일부 성분이 소실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에 대해 보호자들은 "누가 설계함량 보고 제품을 사나. 완전히 말장난"이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해당 제품의 상세페이지에는 '유효성분에 자신 있다'는 문구가 강조돼 있어 소비자들의 배신감은 더 크다.

반려동물 영양제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글루코사민은 열이나 산소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성분이라 제조 과정에서 90% 이상이 소실됐다는 해명은 비상식적"이라고 지적했다.

A사의 고객 게시판에는 "5년 동안 먹였는데 배신감이 든다" "말 못 하는 강아지를 상대로 사기 친 것 같다" "다른 제품도 이렇게 만든 것 아니냐"는 항의와 환불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부분 환불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남은 수량만 환불해주겠다는 A사의 방침에 대해, 회사 측은 "보장 함량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법적으로는 문제 없지만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남은 수량은 무료 반품 처리해드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리뉴얼 전 제품"이라는 해명도
또 다른 반려견 기관지 영양제를 판매하는 B사 제품은 표기한 DHA/EPA 함량이 100㎎/g이었지만, 실제 검사에서는 1㎎/g에 그쳤다. 이에 대해 B사는 "지난해 7월부터 프랑스산 원료로 리뉴얼했다"며 "소비자원이 검사한 제품은 이전 제품으로 보인다. 다른 기능성 성분은 문제없다"고 해명했다.

리뉴얼 전 제품인 것 같다는 B사의 해명(고객 Q&A 게시판 갈무리) © 뉴스1


그러나 이 같은 답변에도 보호자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리뉴얼 전 제품을 사 먹인 보호자는 어떻게 하느냐", "피쉬 파우더(어유 분말) 30㎎을 DHA/EPA 함량인 것처럼 속인 거냐"는 등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B사 역시 공식적인 환불 안내는 없이, 개별 문의에만 응답하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에서 유효 성분이 부족한 제품을 생산한 업체에 품질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 권고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반려동물 영양제는 사료관리법상 배합사료 또는 단미사료로 분류된다. 별도의 기준이 없어 기능성 성분이 미미한 제품도 '영양제'라는 이름을 달고 유통될 수 있는 구조다. 진입 장벽이 낮아 품질 관리에 허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제형진 펫사료협회 국장은 "지난 주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관련 부처들과 기능성 원료에 대한 긴급 회의를 진행했다"며 "현재 영양기준에 대한 법적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로, 앞으로는 영양소별 최소·최대 권장량을 설정해 제품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갔다"고 전했다.

한 반려동물 제약회사 대표는 "제조사들이 고의로 성분을 속였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성분 파괴 가능성을 고려해 제조 후 성분 검사를 거쳐야 하는데, 비용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시점에서는 보호자들이 국가공인기관에서 검사한 성분 분석 결과를 제시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해피펫]

badook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