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1Q '호실적'…생산 현지화로 美 관세 충격 최소화

경제

이데일리,

2025년 4월 25일, 오후 05:35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올해 1분기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합산 매출 72조원을 돌파하며 호실적을 새로 썼다. 다만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다, 2분기부터 본격화되는 미국발 관세 리스크까지 겹쳐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현대차·기아는 핵심 시장인 미국에서 정책 리스크를 피하고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산지 조정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

현대차·기아 양재 본사 전경. (사진=현대차그룹)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1분기 합산 매출액은 72조 4253억원, 영업이익은 6조 6422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4.9% 줄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매출 44조 4078억원, 영업이익 4조 6336억원을 기록했다고 전날 밝혔다. 역대 1분기 중 최고 매출을 찍었지만 영업이익은 소폭 줄었다. 기아는 역대 분기 중 가장 많은 매출액 28조 17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3조 86억원으로 작년 1분기 대비 12.2% 줄었다고 발표했다.

현대차·기아가 높은 매출을 기록한 비결은 북미 시장에서의 판매 확대와 환율 차익이다. 양 사는 올해 1분기 미국에서 41만 9912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한 수치다. 하이브리드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등 고수익 차종으로 평균판매단가(ASP)를 높이며 고수익 구조로 체질을 전환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관건은 2분기부터 미국 관세 영향이 본격화하는 점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 밖에서 만든 자동차에 부과하는 25%의 품목 관세는 이달 2일부터 부과됐다. 내달 3일부터는 자동차 부품 관세도 추가된다. 김승준 기아 재경본부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관세 회피 심리에서 비롯한 일시적 수요 증가로 2분기까지 높은 성장이 기대된다”면서도 “하반기부터는 수요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땅’ 안에서 생산을 확대하고 물량을 재배치하며 미국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기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하던 미국산 투싼 물량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으로 옮긴다. 기아는 EV6, EV9 등 전기차 핵심 차종 물량을 미국에서 생산하기 위한 조정을 마쳤고,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만들어 캐나다·멕시코 등으로 수출하던 물량을 현지로 재배치했다.

이승조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관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존의 앨라배마 공장과 신규 가동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생산 효율화를 통한 원가 절감을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 부품 소싱과 물류를 포함한 미국 현지화 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2분기까지 미국에서 가격 인상 없이 수요에 대응할 여력은 재고를 통해 챙긴다. 현대차는 완성차 기준 3.1개월 수준의 재고를 북미 권역에 확보했고, 기아는 전 세계적으로 2개월분의 재고를 갖고 있다. 이 본부장은 “일정 부분의 관세는 부품 재고 비축으로 만회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