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원대로 뚝 떨어진 환율…"한미협상 단기 결론은 힘들 것"

경제

이데일리,

2025년 5월 23일, 오후 05:27

[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1500원을 바라보던 원·달러 환율이 한달 반 만에 1300원대로 뚝 떨어졌다. 한미 당국이 환율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장 심리에 영향을 준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미·중이 상대국에 대한 고율 관세를 유예하고, 미국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환율·관세 관련 협상을 진행 중인 점도 원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 AFP)

◇ 지난달 초대비 115.8원 급락…떨어질때 만큼 급하게 오르는 원화값

23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정규장 마감 시간(오후 3시30분) 기준 전일(1381.45원) 대비 5.85원 내린 1375.6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4일(1370.9원) 이후 약 6개월 만에 최저치다. 장중에는 1371.8원까지 떨어졌는데, 직전 고점인 4월 9일 1487.6원보다 115.8원(7.8%) 급락한 것이다. 거래일로는 30일 만이다.

최근의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 속도는 지난해 말 비상 계엄 직후 환율 상승 속도와 비슷할 정도로 빠르다, 비상계엄 선포 직전인 작년 12월 3일 장중 저가는 1401.1원으로, 계엄 이후 탄핵 국면이 이어지면서 같은달 27일 1486.7원까지 치솟으며 단기 고점을 찍은 바 있다. 당시 18거래일 만에 환율은 85.6원(6.1%) 뛰었다.

불과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원화 값은 다른 주요국 통화에 비해서도 유독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걷힌 후에도 미국의 관세 정책이라는 대외 불확실성에 증폭되면서 성장률 하락에 대한 우려도 작용했다.

상황이 급격히 반전된 것은 한국과 미국 당국이 환율 협상을 진행하면서부터다. 한미 간 통상 협상 의제의 하나로 환율이 채택됐고, 이후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미국이 완화 가치를 절상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과 추측 등이 나오면서 실제로 환율이 내리고 있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이전부터 국내 정치불확실성이 일단락되고 미·중 간 관세 유예와 협상 기대감 등이 작용하면서 환율이 조금씩 내리고 있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한미 환율 협상”이라며 “얼마 전까지는 조금 떨어지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는데 이젠 약간 오르면 매도 물량이 나온다”고 말했다.

시장 심리가 상승에서 하락으로 돌아서면서 환율의 하단 대신 상단이 지지되는 상황으로 역전된 것이다.

원달러 환율 추이. (자료= 엠피닥터)


◇ 낮아지는 환율 전망치…“한미, 단기 내 협상 타결은 난망”

외환 시장의 심리가 돌아서면서 전문가들의 환율 전망치의 하단도 낮아지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이라는 원화 디스카운트 요인이 사라진 상황에서 △한미 환율 협상 및 아시아 통화 강세 흐름 △미국 경기 둔화 △새 정부 출범 이후 경기부양책 등이 원화 가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당분간 환율은 높은 변동성을 지속하면서 하향세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위원은 “주요 금융변수를 통한 원·달러 환율 적정레벨 상단은 1361원 수준이며, 달러인덱스 6개국과 연관성 높은 6개국으로 추정한 적정 상대가치 상단은 1330원 수준”이라며 “원화는 여전히 원화는 저평가 돼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를 낮게 평가했던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버트 슈바라만 노무라 그룹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전날(22일) 한 웨비나에서 “우리 분석 모델에 따르면 달러대비 원화 가치는 12% 정도 절하돼 있다”면서 “원·달러 환율이 근시일 내에 1330~1360원 정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3개월 내 환율 전망치를 1380원, 6~12개월은 135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면서 “한미 간 외환 협상에서 구체적인 합의가 단기간 내 도출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