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한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연합뉴스)
전반적인 소비 위축 흐름 속에서도 그나마 양호한 성적을 낸 곳은 LF(093050)였다. LF는 올 1분기 매출 4304억원 영업이익 301억원을 거뒀다. 매출은 3.6%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2.3% 증가했다. 다만 LF의 수익성 증가는 금융 자회사 코람코자산신탁 등을 중심으로 한 비(非)패션 사업의 수익성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패션업계 전반이 내수 부진이라는 공통된 벽에 부딪힌 셈이다.
실적 악화의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날씨와 유통 채널 부진이 지목된다. 이상기온이 이어지면서 봄 신상품 출시에 차질이 생겼다. 특히 주력 판매처인 백화점 매출이 위축됐다는 점이 뼈아팠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3월 전국 백화점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0.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8로, 장기 평균(100)을 하회했다.
구조적인 내수 한계도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최근 발간한 자료에서 “한국의 내수 소비 비중은 2023년 기준 OECD 38개국 중 28위”라며 “경제 규모 1조달러 이상인 국가 중에서는 사실상 꼴찌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의 내수 비중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약 50%에 불과해, 미국(68%), 영국(63%), 일본(55%) 등 주요국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수출 중심의 한국 경제는 글로벌 경기 둔화나 교역 축소가 발생할 때마다 내수 기반의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특징이 있다.
LF는 남아시아 신흥 시장인 인도에 도전장을 냈다. 하반기 중 헤지스(HAZZYS) 단독 1호점을 인도 현지에 열 예정이다. 헤지스는 이미 중국·베트남 등 아시아 주요국에서 매장을 운영 중이지만 인도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인도 중산층의 고전적인 프리미엄 캐주얼 수요를 공략하기 위해, 라코스테·폴로 등의 글로벌 브랜드와 경쟁하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LF는 인도 내 패션 유통을 담당하는 아시안 브랜즈 코퍼레이션과 전략적 계약을 맺었다. 3년 내 10개 이상 매장 출점이 목표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은 글로벌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지포어(G/FORE)를 앞세워 중국·일본을 중심으로 글로벌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본사와 중국·일본 독점 마스터 라이선스를 체결한 데 이어 올 4월 중국 선전의 프리미엄 쇼핑몰 MIXC에 1호점을 열었다. 상반기에는 상하이 최고급 쇼핑몰인 ‘Plaza 66’에도 신규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말 도쿄 프리미엄 쇼핑몰 긴자 식스에 매장을 개소한 데 이어 향후 5년간 주요 도시 내 12개 지점이 문을 연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 브랜드들이 내수 한계를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결국 해외에서 실적을 만들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작용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단순 매장을 여는 것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각 시장의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브랜드 기획과 가격 전략, 유통 파트너십까지 정교하게 설계하지 않으면 반짝 진출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