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장미대선에서 꽃피워야 할 서민금융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02일, 오전 08:42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정부 출범 당시 서민금융에 대한 중요성이 금융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다소 밀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물론 금융시장의 안정과 혁신 금융에 대한 대비책 강구도 중요했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피폐해진 서민 경제의 난맥상을 고려했을 때 저소득층과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지원책을 더 비중 있게 입안해 집행했어야 한다. 서민의 생계유지를 위한 자금 제공과 채무조정 지원을 통해 경제적인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 전반의 안전망도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이렇게 우선순위에서 뒤처지다 보니 최근까지도 서민금융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제대로 투영되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과도한 수익 창출에도 은행권의 서민금융 재원에 대한 출연은 쥐꼬리만 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령을 개정해 은행권의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대한 공통 출연요율을 과거의 0.035%에서 0.06%로 0.025%포인트 상향했다고는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해당 출연금의 대부분은 채무자가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서금원이 대신 갚아주는 보증부 대출상품에 활용한다. 서금원은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KCB 신용 평점 700점 이하)의 자로서, 연소득 4500만원 이하의 서민을 지원 대상자로 구분해 매우 유연하고 포용적인 금융지원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용 평점 하위 20% 이하의 서민이 카드사로부터 단기 카드 대출을 받으면 평균 대출금리는 연 18.69%지만 서금원의 근로자 햇살론을 이용하면 보증부 대출금리는 연 11.5%(최대 2000만원 이내)로 부담이 확 줄어든다. 그간 정부는 재난사고나 대규모 금융소비자 피해를 일으키는 사건 등이 발생할 때 간헐적·비정기적으로 은행에 사회적 책임을 추궁해왔다. 그러나 이는 은행의 자율성·창의성을 제약한 상태에서 정부로부터 등 떠밀려 책임을 강요 당하는 모습만을 드러냈을 뿐이다. 새 정부는 은행이 지속적·정기적·자발적으로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은행의 공통 출연 요율을 현행 0.06%에서 0.2%로 대폭 인상할 것을 촉구하는 바다.

은행의 출연을 대폭 확대해 서금원이 다양한 서민금융 사업을 수행할 수 있다면 은행과 서금원 양자 모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추후 은행은 서금원이 안정적으로 보증을 선 보증대출을 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신용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면서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서금원은 확충한 재원을 바탕으로 매우 다양하면서도 실질적 자립을 돕는 서민 지원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서금원이 서민금융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상시로 은행권으로부터 확보함으로써 얻게 되는 기대 효과는 매우 크다. 비공식적인 통계나 과거 5개년 평균치에 비해 건수로 98만 건, 액수로 8조원 가량 추가 공급을 예상한다. 그때가 되면 신용 평점 800점 이하, 연소득 5000만원 이하로 대상자를 상향 확대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더 낮은 신용 평점의 저소득자로 대상자를 하향 확대해 이들이 불법 사금융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서민금융 지원 대상자를 확대하면 국가 전체적으로도 배분적 정의와 경제 민주화 달성 효과를 촉진할 것이다. 서금원이 은행으로부터 거둔 공통 출연금으로 신용 평점이 낮은 서민에 대한 금융지원을 집중함에 따라 정부 예산을 재원으로 한 여유 자금의 운용처를 금융교육과 자활지원, 고용연계 등 복지사업에 확대 운용할 수 있다.

새 정부의 금융정책은 이제 서민금융에 최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비유하는 서민금융 사업을 탄력적으로 영위하려면 서금원의 자본을 대폭 확충한 후 은행으로 전환해야 할 터인데 지금의 재정 형편은 그리 녹록지 않다. 따라서 지금 시점에서는 은행의 공통 출연요율을 대폭 인상해 출연 재원을 늘리는 것이 최선이다. 서민금융을 통해 서민이 합법적이고 포용적인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면 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하고 소비 진작 등 경제의 선순환에도 이바지할 것이다. 서민이 불법 사금융이나 고금리 대출에 내몰리지 않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건전한 삶을 살아가는 세상. 그것이 새 정부를 특징짓는 모토로 자리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