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훈 세븐일레븐 세븐콜렉트팀 패션 담당 MD가 의류 PB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세븐일레븐 제공).
해당 팀은 6개월 동안 준비 끝에 만든 자체 브랜드(PB) 상품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를 선보였다. 남녀 모두 폭넓게 입는 검은색·흰색 기본 반팔 티셔츠로, 편의점업권에서 의류가 PB 상품으로 출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편의점의 주류 상품은 먹거리다. 편의점에선 스타킹·양말·팬티 등을 취급하지만 의류는 아직 비주류 품목에 속한다. 편의점에서 상시로 사는 게 아니라, 갑자기 구멍이 나는 등 '위급한' 상황에서나 구매하는 물건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라서다.
그런데 왜 굳이 의류를 PB 상품으로, 그것도 신설 후 첫 아이템으로 선정해 출시한 것일까. 지난달 26일 뉴스1과 인터뷰에서 이서훈 세븐일레븐 세븐콜렉트팀 패션 담당 MD는 시장이 될 기회를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티셔츠는 누구나 많이 입고 모두가 찾는 상품이라 진열만 하면 매출로 연결되는데 편의점에선 아무도 취급하지 않는다"라며 "편의점 업계의 기존 협업 의류 상품은 SPA 브랜드보다 비싼데 소재는 좋지 않다. 이런 수요에 대한 시장이 구성돼 있어 PB 상품을 기획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서훈 세븐일레븐 세븐콜렉트팀 패션 담당 MD가 의류 PB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세븐일레븐 제공).
성공한다면 위기에 빠진 편의점 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현재 편의점 점포는 인구수 대비 포화 상태인 만큼 더 이상 늘리긴 어렵다. 매출을 올리기 위해선 그동안 편의점이 눈여겨보지 않았던 새로운 카테고리 상품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세븐일레븐은 그 해결책으로 '패션·뷰티'를 선택한 것이다.
해외의 경우 이미 시장이 형성돼 있다. 2021년 일본의 패밀리마트가 선보인 PB 상품 '라인 양말'의 경우 지난해 5월까지 누적 2000만 켤레가 팔리며 100억 엔(약 9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인기 연예인 기무라 타쿠야가 즐겨 신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품절 사태가 벌어지는 등 주력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세븐일레븐은 의류 PB 상품이 그렇게 될 잠재력이 있다고 본다. 우선 품질 기준을 최소한 SPA 브랜드 수준으로 맞췄다. '세븐셀렉트 수피마 티셔츠'의 경우 현재 국내 주요 SPA에 납품하는 업체가 생산하는 제품이다. 지난 4월 하순에는 양말 PB 상품인 '세븐셀렉트 컬러팝 삭스' 8종도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했다.
퀄리티는 SPA 수준이지만 가격은 더 저렴하다. 세븐일레븐 PB 상품 가격은 티셔츠가 9900원, 양말은 4500원이다. SPA 브랜드에선 같은 수준의 티셔츠가 1만 원 초반, 양말은 5000원 내외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 유통 과정을 없애고 패키징도 직접 해 최대한 원가를 절감한 결과다.
이 MD는 "티셔츠 상품 개발 시 첫 번째 목표는 '최소한 SPA와 동일한 수준으로 만든다'는 것이었고, 가격도 SPA가 번들로 판매하는 경우 외에는 저희가 더 싸다"라며 "실제로 보면 SPA보다 나은 가성비 상품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서훈 세븐일레븐 세븐콜렉트팀 패션 담당 MD가 의류 PB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세븐일레븐 제공).
앞으로 중요한 건 고객과 점주들에게 '편의점 의류가 팔린다'는 인식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븐셀렉트 의류는 패키징을 브랜드 로고와 삼선 이미지로 통일했다. 단순한 PB 상품이 아니라 의류 브랜드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해서다.
현재 티셔츠·양말 뿐인 PB 상품 구성도 매월 새로운 상품을 선보이며 확대한다. 올해 하반기에는 '캐시미어 니트'도 PB 상품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산리오(캐릭터)·토트넘(스포츠) 등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출시한 협업 의류 아이템도 더욱 늘린다. IP 협업 의류는 매출을 매년 20~30%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 MD는 "아직 대부분의 편의점에선 의류 제품을 구비한다면 다른 잡화들 사이에 스타킹·팬티·양말 등을 조금 가져다 놓는 데 그친다"라며 "패션 의류가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어느 지역을 가더라도 한 매대가 패션 제품으로만 채워진 편의점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themo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