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가족 외식비 3년새 30% '껑충'…새정부도 물가안정 우선과제

경제

뉴스1,

2025년 6월 03일, 오전 06:30

15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음식점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이 3천623원으로 전달보다 23원(0.6%) 올랐다. 메뉴별 상승률을 보면 김밥이 7.8%로 가장 높고 비빔밥 6.1%, 칼국수·자장면 5.0%, 김치찌개 백반 4.7%, 냉면·삼계탕 3.6%, 삼겹살 2.3% 등의 순이다. 2025.5.15/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고물가와 고환율 여파로 식자잿값이 뛰면서 가구당 한 달 평균 외식비가 3년 새 3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 압력은 외식 분야를 넘어 가공식품 등으로 확산해, 차기 정부에서도 물가안정이 우선 과제로 대두될 전망이다.

작년 한 달 평균 가족 단위 외식비 3년 전보다 30.3%↑…가공식품 '고공행진'
3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의 '2024 식품소비행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3188가구 중 지난해 가족 단위로 외식을 한 2356가구의 한 달 평균 가족 외식비는 14만 3800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3만7300원) 대비 6500원 오른 것으로, 3년 전인 2021년(11만400원)과 비교하면 3만 3400원(30.3%) 상승했다.

이 같은 물가 상승 기조는 올해 들어 더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4월 가공식품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보다 2배가량 높은 수치이자, 2023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이다.

이런 배경에는 가공식품 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가격을 올린 식품·외식업체는 60곳이 넘는다. 라면, 유제품, 커피, 주류, 제과 등 주요 가공식품 대부분이다. 업계에서는 원재료 가격 상승과 고환율 부담 등을 가격 인상 배경으로 밝히고 있다.

계란·닭고기 등 식탁 물가 인상도 줄을 잇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2일 계란 특란 한 판(30구) 소매 가격은 평균 7028원으로 전년(6513원)과 평년(6831원) 대비 각각 7.9%, 2.8%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생필품인 달걀은 이미 '에그플레이션' 우려가 현실화한 모습이다.

최근 브라질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에 정부가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닭강정 등에 쓰이는 수입 닭 가격도 들썩일 조짐이다. 치킨·버거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국내산 닭 가격의 3분의 2 수준인 브라질산 닭을 주로 사용해 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지난달 19일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업계에 종계 생산 기한 연장, 병아리 사육 확대 등을 통해 국내산 닭 공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국내 육계 농가의 생산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뾰족한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 2분기 육계 입식 마릿수는 전년보다 1.6% 감소한 1억9100만마리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육계 공급 감소에 따라 2분기 대형 육계의 생계유통(산닭 형태로 거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1618원)보다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계란과 돼지고기 등 일부 축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다. 정부가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대형 산불 사태와 가축전염병,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외부 변수로 물가 추이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1일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계란 특란 한 판(30구) 가격은 평균 6999원으로 전년(6667원)과 평년(6544원) 대비 각각 5.0%, 7.0%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사진은 13일 서울 시대 한 대형마트 내 진열된 계란. 2025.5.13/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추경 1200억 투입, 체감물가 안정 '총력'…할인지원·할당관세
정부는 소비자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추경으로 확보한 1200억 원의 예산을 할인지원에 투입하는 등 농식품 물가안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식품기업의 원재료 구매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할당관세 적용 품목을 지속해서 확대 중이다. 지난달 1일부터는 제과·제빵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계란가공품(4000톤)에 대해서도 할당관세를 적용함으로써 할당관세 적용 식품 원료를 연초 13개 품목에서 21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농식품부는 외식 물가 상승 배경에는 '배달앱 수수료 부담' 요인이 있다고 판단, 추경으로 확보한 650억 원을 활용해 공공배달앱(땡겨요, 먹깨비 등 12개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를 대상으로 2만 원 이상 3회 주문 시 1만 원의 할인쿠폰을 지급하는 행사를 이달 말(650만 명 대상)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이 외에 정부는 가격이 인상된 일부 품목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등과 합동 조사를 벌이는 등 업계 '담합' 가능성에 대한 감시 수위도 높이고 있다. 공정위는 최근 일부 제과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가와의 싸움은 차기 정부에서도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정책 중 농산물 수입 확대에 따른 공급 안정과 공공요금 동결 등을 그나마 실효성 있는 물가 대책으로 꼽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물가 상승은 국제 원자잿값 상승 등에 따른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으로, 이 경우 물가를 잡기 위한 정부 대책은 제한적이 될 수밖에 없다"며 "당장의 농산물 등 물가안정을 위해선 상대적으로 값싼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는 방안과 체감물가 완화를 위해 공공요금을 동결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이런 대안도 근본적인 처방전은 될 수 없다"며 "결국 비용 상승형 인플레이션은 세계 경제와 얽힌 문제로, 달러·원 환율의 안정, 세계 경제 불확실성 등이 걷혀야 해결이 될 것"이라고 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