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비율 세계 2위…DSR 예외 줄이고 정책 일관성 높여야"

경제

이데일리,

2025년 6월 03일, 오후 08:42

[이데일리 김국배 송주오 최정훈 기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작년 말 기준 91.7%로 세계 2위(국제금융협회)다. 비율이 더 높은 나라는 캐나다가 유일하다. 세계 평균(60.3%)과 비교해도 크게 웃돈다. 일반적으로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소비 위축 등으로 성장률이 하락하고 경기 침체 확률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새 대통령이 가계부채 관리를 경제 정책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전세대출 등 DSR 예외 축소

특히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연착륙에 성공하기 위해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 대상 축소와 함께 일관성이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현재는 보금자리론·디딤돌대출 등 정책모기지와 전세대출 등엔 DSR을 적용하지 않는다.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은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가계대출) 총량 관리 원칙 아래에서 DSR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며 “정책금융까지 포함해 가계부채를 줄이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정부가 정책 신호를 명확히 하고 룰을 자주 바꾸지 말아야 한다”며 “정책 일관성이 없으면 금융회사의 로비 대상으로 변질되고 정책 효과도 사라진다”고 했다. 정권마다 금융 정책이 달라지니 금융사가 로비할 여지가 커지고 책임 소재도 애매해진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증가율을 거의 0% 수준까지 낮춰야 한다”며 “전세대출도 DSR를 산출하는 데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도 DSR 예외를 최소화하되 “청년에 한해서는 미래 소득 증가를 고려해 DSR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세대출은 어느 정도 통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으나 DSR 규제에 포함하는 것을 두고 자칫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어 당국으로선 도입에 부정적이다.

◇금융위 분리·감독 기능 일원화해야

17년간 큰 변화없이 유지된 금융감독 체계에 대해서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금융위원회가 가진 금융산업 정책과 금융감독 기능은 분리하고 금감원의 금융감독 집행 기능을 금융위의 금융감독(정책)과 합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이데일리가 국내 대학 경제학과 교수를 비롯해 금융연구기관, 국회, 시민단체, 금융당국(국·과장급 이상) 등 소속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10명 중 8명이 “금융위의 금융정책과 감독 업무를 분리하고, 금융위가 가진 금융감독 기능은 금감원과 합쳐야 한다”고 했다.


33.3%가 “금융산업 정책은 금융위가, 금융감독(정책·집행)은 금감원이 독립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30%는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넘기고 금융감독 기능을 금감원으로 통합해야 한다”고 했다. 현행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6.7%에 그쳤다. 금융감독기구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예산의 독립 편성 및 집행 권한 부여(56.7%)’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감독 기능은 독립성과 중립성이 중요한 만큼 정치적 영향을 최소화한 독립 금융감독청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은 독립 기구로 신설하자는 이야기도 나오는 중이다. 금감원을 가칭 금융감독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나누는 방안이다.

◇은행 출연금 확 늘려야…배드뱅크 운영도 검토

서민금융 확대도 새 정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구체적으로는 은행들의 서민금융 출연을 대폭 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은행이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 출연금을 늘리면 서금원이 보증을 선 보증 대출을 하기 때문에 추가 신용 위험 없이 이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서금원은 확충한 재원을 바탕으로 실질적 자립을 돕는 서민 지원 사업을 확대할 수 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 된다는 것이다.

김용재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은행의 공통 출연요율을 현행 0.06%에서 0.2%로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서금원이 서민금융을 충분히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상시로 은행권에서 확보하면 8조원 가량의 추가 공급을 예상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서금원이 은행으로부터 거둔 공통 출연금으로 신용 평점이 낮은 서민을 대상으로 금융 지원을 집중함에 따라 정부 예산을 재원으로 한 여유 자금의 운용처도 확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00조원을 넘어선 자영업자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배드뱅크’ 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배드뱅크란 금융기관으로부터 미상환 대출을 사들여 정리하는 구조조정 기관이다. 한재준 인하대 파이낸스경영학과 교수는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장기적으로 20~30년에 걸쳐 최대 80% 수준까지 원금 탕감이 가능한 채무조정 방식을 확대하고 채무조정 기간에는 긴급 생계비 대출과 같은 병행 지원도 필요하다”고 했다.